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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 8. 23. 15:51 - lazykuna

13년만의 산본아파트 투어

왜 13년 전이냐 하면... 초2때까지 살았던 동네이기 때문이고,

왜 갔냐 하면... 그냥요...

사실 초딩때 왠지 따돌림도 당해봤었고, 사교성도 그닥이었고 몸도 별로 좋지 않았던 제게 이 시절에 대한 그닥 좋은 추억은 없지만, 그래도 곤충을 그렇게 좋아했던 저에겐 생태공원이 그렇게 그리울 수가 없었습니다. 아파트 단지에 생태공원이라니 개소리죠...는 한번 갓본아파트를 살아보셔야...

굳이 그게 아니더라도, 아주 어렸을 적 제 기억의 시작은 이 아파트니깐, 한번쯤 가봐야겠다고 생각할 법 하지 않겠습니까. 날이 좀 좋지 않았긴 하지만...


사실 맑은 날 가고 싶었지만 왠지 가려고 할 때마다 비가 주룩주룩 내리길래... 서울에서 인코 스탭 일 끝난 날 아는 분 집에서 하루 묵고 가니 또 비가 주룩주룩... 그것도 호우주의보... 그래도 왜인지 그냥 가기로 했습니다 (?)






그렇게 한성대역에서 지하철을 타고 스트레이트로 산본역까지 도착.



산본의 동네 시장. 여전히 친숙한 모습이더랍니다. 어렸을 적 길 잃기 딱 좋은 구조.

넓은 광장의 수많은 가게들과 사람들 ... 수천세대를 수용하려면 근방의 이마트로는 모자랄 겁니다.



버스타고 오면서 예전에 수영배우러 다니던 한성스포츠센터인가 ... 거기랑 산본도서관도 얼핏 봤네요.

확실히 어렸을 때 보았던 거랑은 위용이 떨어지는 느낌. 아무래도 크고 아름다운 여러 건물들을 많이 봤기 때문이겠죠. 다 세월의 흔적...

폰카로 찍기는 좀 어려운 감이 있어서 사진은 읎습니다.






강산도 10년이면 변한다죠. 마지막으로 온 지가 벌써 13년.

낯선 곳도 굉장히 많았지만 그래도 군데군데 아! 하고 딱 느낌이 사는 곳은 여전히 있더랍니다.

그렇게 가다가 적당한 곳에서 버스에서 내린 산본아파 모습. 한창 보도블럭 교체중이던데, 보도블럭만 갈았을 뿐인데 전혀 다른 단지 같더라...






단지 안쪽으로 들어가보니 비로소 익숙한 길이 나옵니다.

학교에서 돌아오던 루트가 딱 저 길이었죠. 흐흐.





반대방향으로 가면 이렇게 밑동네로 가는 길이 나오고, 잘 안 보이지만 앞의 사거리를 지나서 다시 오르막길을 올라가면 예전에 다녔던 능내초등학교가 나옵니다.

물론 들어갈 일도, 괜히 철컹철컹할 일을 만들고 싶지도 않기 때문에 들어가진 않았습니다. 문득 주변에 오니 예전의 좋지 못했던 기억이 떠오르기도 했고.





요 유치원 아직도 잘 돌아가더라고요. 반가워라.

진짜 13년 지났는데도 그모습 그대로더랍니다. 그게 그저 신기할 뿐.





문구점 박빙의 시대는 지나갔죠. 초라한 모습이 남아있을 뿐...

한때 열심히 게임 하던 거 구경하다가 어머니께 잡혀가던 추억, 불량식품 얻어먹기, 돈 몰래 빼와서 유희왕 카드 샀던 희열이 고스란히 남아있던 장소입니다 ... 끆...

더 이상 옹기종기 모여앉아있던 아이들도, 오락기기도 찾아볼 수 없군요.





학교 클로즈 업.





위의 유치원 반대편에는 저런 시설이 있습니다.

별건 없고 그냥 분수대 있고 물 나오고 그런 데인데... 여느 아파트들이 다 그러듯이 보통은 관리비 문제로 저런 장치가 돌아가는 모습을 구경하기 힘들죠. 13년 전이나 지금이나.




하교하던 기억을 되살려서 다시 위로 쭉 올라가니 자연스레 길이 보이더랍니다. 머리 이전에 몸이 기억하는 길...




그 놀이터가 나오네요. 김모양/김모군 놀이터 아님





뭐... 그러합니다. 원형식 계단도, 그네도 여전하군요. 다만 그네를 높이 타면 닿을듯 말듯 한 가로수는 싹둑 잘려서 없어졌더라고요. 흑.

그리고 이 놀이터 바로 뒤에는 살던 집이 있죠.





몸이 데려온 장소는 이곳입니다.

852동... 이었구나... 살던 데가...

물론 호수는 여전히 기억 못함. 동수도 기억 못 해내는데 어지간하겠습니까.





분명 여기에 자그마한 운동장이 있었는데, 밀어버리고 주차장으로 바꾸어 놨더라고요.

사철나무들을 많이 잘라낸 건지, 제가 키가 많이 큰 건진 몰라도 저 멀리 있는 놀이터가 꽤 밀폐스러운(?) 곳이었는데, 지금은 훤히 잘 보이네요. 주차장 때문인가.. 음.





세월의 흔적이 한가득.





아파트는 복도식 아파트인데, 꽤 큰 복도를 자랑합니다. 한 층당 16세대인가 12세대인가 얼마인가... 여튼 굉장히 커요.

어렸을 적엔 세발자전거 타고 다녔던 추억도 남... 물론 민폐지만.





사진이 거지같네요. 여튼 저 계단과 자전거 사이의 초지... 저런 습한데는 이끼가 많고, 우산이끼들을 뜯어내면 지렁이를 비롯한 여러 벌레들이 있기 마련이었죠... 열심히 관찰하고 놀았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무지 더럽군요. 이런 절 보던 어머님이 왜 싫어하셨는지 문득 이해가 됩니다. 쓸데없는 관찰열을 불태우던 곳...





특유의 자전거 통행도로도 여전하군요. 그냥 경사 더 주고 말지...

언제나 그랬듯 U턴하는 벽에서 그냥 뛰어내리곤 했습니다. (사진에는 찍혀있지 않네요)




근방의 정자. 저 뒤에 있는 음침한 장소(?)에는 자그마한 지네가 참 많았습니다.

뭐... 뭔 짓을 했을지는 굳이 설명은 하지 않겠습니다. 아참, 콩벌레도 많았지요 ㅎㅎ...


아쉽게도 정자의 거대한 나무는 잘려있었다고 합니다. 왜 잘라놨냐... 나무 많아서 좋은 데였는데...






가던 길을 계속 향해서 아파트 단지를 빠져나오면 큰길이 나옵니다. 그 너머에는 예전의 텅 빈 부지가 있었죠...

개발이 안 되었을 당시에는 온갖 잠자리들과 왕방아깨비들의 천국이었는데.. 지금의 내 피부색을 시꺼멓게 만들어 준 장본인인데...



띠요옹~






초지내놔 이것들아 ㅠㅠ.

국제 학교라는 데가 새로 생긴 듯 한데 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쨌든 이놈들이 초지를 점유했더군요.

예전에 다 낡아가던 교회 건물이 있었는데 이놈은 철거당한듯. 문득 그리웠는데 아쉽게 되었습니다...  ㅂㄷㅂㄷ...





앗 그래도 국립공원은 여전히 있군요!





왜 여전히 있나 했더니 개발금지 구역이었다고 합니다.

마 그래 이것들아 여기만큼은 살려놔야지...

원래 요 단지가 산동네라 공기도 좋고 그랬다던데 ... 지금은 사람이 많이 들어오면서 여느 동네와 다를 바가 없는 곳이 되었다고 .... 이 국립공원은 한때 그 모습을 여전히 유지하고 있는 거겠죠.

(근데 확실히 설악산은 지금 근방에 살고 있는 관악산이랑 클래스가 다른 듯 합니다... 상록수림이 많아서 그런가...)


여튼 여기에선 매미를 참 많이 잡았는데... 그립군요...





쭉 내려가니 놀이터단지랑 8단지 아랫부분이 나옵니다 오오.

여기서 주목하실 건 국립공원을 지나왔는데도 여전히 8단지라는 거. 그렇습니다. 굉장히 세대가 큽니다. (8단지는 801부터 862번까지 있던가..?)

한때 자전거투어를 했는데 8단지에서 10단지 끄트머리 가는게 전부였던 기억이 나네요... 1단지는 어디 있는지도 모르겠더라...

듣기로는 16단지까지 있던가...[각주:1]





뒤쪽으로 나가면 큰길이 있습니다. 크... 여기도 은근 자주 왔던 곳인데...

근데 무슨 볼일 때문에 자주 왔더라...





기억을 곱씹다 보니 근방에 플라자가 하나 있더랍니다.

저거 여기서 보면 작아보이는데 나름 3층 건물에 백화점마냥 꽉꽉 업주들 입점한 알찬(?) 플라자입니다...

꽃집은 13년 지났는데도 여전히 있더라고요. 반가워라 ㅎ




다시 위로 올라와서 모 편의점에서 늦은 점심을 먹었습니다. 돈많은 서울살람들이랑 노느라 안 그래도 돈 없는 전 탕진한 지갑으로 점심을 떼우기 위해 비싼 걸 사먹기 어려운 처지였는데 ... 그 와중에 한때 유명한 저 음식이 보여서 사 먹어봤는데... um...


삼각김밥 상위호환인데 가성비가 ... ㅎㅌㅊ...

(근데 이거 먹고 7시까지 큰 배고픔 없이 잘 돌아다녔는데... 표기 칼로리 272kcal은 내가 잘못 읽은 건지 아니면 내 몸이 이상한 건지...)


여튼 먹고 다시 이동.






말벌과 무궁화로 유명했던 놀이터... 아니 근데 초토화되어있네요 띠요옹~?

진짜 벌이 하도 많아서 없애버린 건지 어쩐지... 여튼 아쉽더라 합니다 ㅠ.

(근데 정말 놀이터에 거의 매해 벌집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 이유는 역시 모름.)





보도블럭 갈기 전과 간 후의 차이가 극명하길래 찍어봄.

사실 다 저렇게 미개발수준의(?) 보도는 아니지만... 그래도 저렇게 이쁘장한 블럭은 아니었습니다. 우리 대학교(?) 같은 느낌의 90년대 블럭...






저기에 제가 다니던 홍대유치원아집이 있...던가요 없던가요. 잘 안 봐서 기억이 안 나네.

여튼 이 상가 건물도 오래된 추억을 가지고 있습니다. 교회랑 태권도학원, 음악학원은 여전하군요.


오른쪽에는 헤어컷트 가게랑 대규모 오락실이 있었는데... 아... 가 보는 걸 잊어먹었다 ㅠ...


여튼 이 상가 건물 뒤쪽으로 빠져나갑니다.





저 빗물 고이는데는 워낙에 물이 고여서 그런가 어쩐가... 풀이 안 자람. 그래서 겨울엔 저기에 눈을 잔뜩 퍼 넣곤 했는데... 그 양이 어찌나 많던지 저기에 그 눈 가지고 이글루스 마냥 눈집을 지은 적도 있던 추억이 ... (...)





뒤쪽으로 가면 맨날 오르던 산이 하나 있죠.





아니 근데 왼쪽에 도서관도 하나 생겼네 와우...


호우주의보인 날에는 언제나 산을 오르곤 했어요.







콸콸콸...

물론, 양말이 다 젖었습니다. 훌쩍....


그 와중에도 길 안 까먹고 야산 1시간짜리 코스를 완주한 저에게 경의를.




추억의 약수터도 한번 보고 가고...

이 즈음 되니 비가 멎더라고요. 산본 투어도 거의 끝이 났죠.

하지만 아직 들를 곳이 하나 더 있습니다.

언제까지만 추억에 젖고 살 것입니까? 새로운 곳을 탐방하는 건 여행인으로서의 기본 자세이거늘...






새로운 장소를 찾아 떠납니다. 간다 조심해...




이제 제 멋진 DP 성과를 볼 차례군요.






하... 8단 언제 따지...

여튼 산본 겜토피아에서 오징어한 실력을 뽐내고, 이후 4호선->1호선->성대역->버스 타서 집 갔다가 다시 사당가서 약속 처리하고 다시 수원.... 이렇게 근 4일만에 집으로 돌아와서 드르렁을 시전하게 되었습니다.

드르렁하느라 다음날 약속이 늦은 건 함정... 방학인데 좀 쉬고 싶다!!




마지막으로 이동 경로. 빨강 - 파랑 - 남색 - 보라 순으로 읽으면 될 듯.



추억팔이 여행(?) 끗!


  1. 자세한 내용은 엔하위키를 참조. https://mirror.enha.kr/wiki/%EC%82%B0%EB%B3%B8%EC%8B%A0%EB%8F%84%EC%8B%9C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