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미/게임

"끊어치기"와 "뭉개지 않고 치는 것"에 대해서

lazykuna 2017. 5. 10. 14:09

먼저 이 글은 건반게임류에 대하여 다루는 글이며, 그 중에서도 특히 Beatmania iidx에 특화되어 있음을 먼저 씁니다.


중2때부터였나, 그즈음부터 리듬게임을 시작했으니까 게임 한지 거의 10년이 다 되어가네요 (실력이 아직도 허접이라는 게 문제입니다만 ...). 그 와중 끊어치기에 대한 몇가지 단상을 적어 봅니다.


먼저 비벼서 친다는 것을 이야하자면, 잘 알다시피 따로 처리해야 할 노트를 묶어서 한꺼번에 처리하는 것입니다. 이를테면 아래 사진 왼쪽과 같은 채보를 오른쪽처럼 치는 것이 있겠네요.


Verflucht SPA



뭉개기 딱 좋은 곡이 Let the track flow, Verflucht, KAISER PHOENIX 같은 트릴이 주구장창 나오는 곡이 있겠네요. 장점으로는 체력소모가 적고, 단점으로는 판정이 굉장히 약해지며, 따닥이나 살이 붙은 축연타/트릴 등의 "정확도를 요구하는 패턴"에 굉장히 취약해집니다.





뭉개는 것의 개념 소개는 이쯤으로 해두고, "끊어치기"에 대해서 이야기를 해보겠습니다. 보통 뭉개지 않고 친다라는 개념을 끊어치기라고 쓰는데, 그래서 저는 끊어치기 기법을 크게 두 가지로 두고 있습니다. 저 BPM에서의 끊어치기와 고 BPM에서의 끊어치기.


먼저 저 BPM에서 사용 가능한 끊어치기 기법입니다. 이는 노트 하나하나를 칠 때마다 손동작을 리셋하는 느낌으로 치는 것입니다. 다른 분이 쓰신 이 글에서도 언급되고 있습니다. iidx ☆10레벨의 Fly Above, EDEN이 이런 끊어치기의 대표주자로서 자주 언급되고 있습니다. 노트 밀도가 높지 않으며, 동시치기 위주의 느린 노래에서 통용되는 정확히치기, 판정내기 기법입니다.


그러나, 고 BPM에서는 이런 기법을 사용할 수가 없습니다. 그래도 뭉개지 않고 끊어치기는 가능합니다. 손가락 하나하나를 움직이는 데 초점을 두면 가능합니다. 더 정확히 쓰면, 손목을 움직이지 않고 손가락에 힘을 줘서 노트를 처리하는 것입니다. 특히 동시치기를 유의해야 하는데, 동시치기 할때도 손가락만 움직여서 동시에 노트를 칠 수 있도록 연습을 해야 합니다. 이를 잘 알 수 있는 게 BMS ★12 Q[SAETHER] 같은 채보나, iidx IMPLANTATION 같은 연타형 채보나, ★10의 Buuuuuuuuurstraffic / iidx PARADISE LOST 같은 축연타 채보가 될 것 같습니다.


이는 위에서 쓰는 끊어치기 기법과는 전혀 다른데, 저bpm곡 끊어치기의 경우 손을 크게 움직여서 치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다른 성질 때문에, 저렙만 연습해서는 고렙 실력이 늘지 않는다는 이야기가 있다고 봅니다. 


Dolce Bitter Chocolate Striker SPA

Dolce Verflucht SPL

위 사진의 플레이(iidx 탑랭커 DOLCE)를 참조로 들고 왔는데, 저BPM의 경우에는 동작을 훨씬 크게 하고 손모양을 일정하게 리셋하며 플레이하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끊어쳐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어도 습관적으로 뭉개게 되거나, 손가락에 힘이 들어가지 않는 배치가 꼭 있기 마련입니다. 이를 테면, 1P 기준으로 KB 4 57 / 7 56 트릴이라던가 BM 5 47 / 7 56 트릴 같은게 있겠네요. 이런 채보들은 나중에 플레이 한 영상을 보면 57같은 동시치기가 서로 어긋나서 쳐져 있거나 트릴이 뭉개져서 쳐지곤 합니다. (마치 위에 올려둔 뭉개기 이미지처럼 ...)


이런 문제를 확실히 알 수 있는 법이 바로 "트레이너 모드"인데, 이는 아래 사진처럼 실제 채보와 자신이 어떻게 쳤는지를 보여주는 기능을 가지고 있습니다. Beatmania CS에 들어있는 기능인데, 애석하게도 현존하는 AC 및 현존하는 BMS 에뮬레이터에는 존재하지 않는 기능입니다. 이런 갓 기능이 왜 없어졌는지, 그리고 언제쯤 살아날지가 아쉬운 점입니다.



어찌되었든, 끊어치기의 요지는 각 손가락이 독립적으로 움직일 수 있는 힘을 길러야 한다가 제 생각입니다. 각 손가락이 독립적으로 움직일 수 있게 되면 흔히 말하는 "똥배"가 나와도 상당히 안정적인 처리력을 보여주며, 노트 처리가 뭉개지지 않고 동치를 정확하게 쳐내기 때문에 판정력 또한 어마어마한 수준이 된다고 봅니다. 비단 게임 뿐만 아니라 피아노나 악기를 다룸에 있어서도 강화된 손가락 힘과 테크닉은 큰 도움이 된다고 봅니다.


따라서 무작정 높은 난이도를 깨겠다고 애쓰는 것보다, 판정력이 유지되는 최대한의 난이도에서 각 손가락에 힘을 주어 치는 것이 실력 상승에 제일 이상적이라고 생각합니다[각주:1]. 스코어링 되니까 재미도 있고, 힘을 주는 만큼 근력도 늘 것이며, 안 깨지는 곡 깨겠다고 멘탈 깨지는 일도 없을 테니까.


몇년간 게임을 했는데 손가락에 힘 하나도 제대로 못 주면서 쳤다는 걸 깨달으니 좀 아이러니하기도 하고, 역시 리잘잘이라는 걸 다시 한번 깨닫기도 합니다. 스스로 정리 해볼겸 쓰는 글이기도 하고, 혹시나 이 글을 볼 누군가에게도 도움이 되었으면 합니다.

  1. 물론 순간밀도 곡에서 노트 보는 눈을 기르고 싶다거나 하면 아무래도 어려운 곡을 하는게 나을지도 모르겠네요.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