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페인 중독
올해 예비군을 다녀왔다. 이제 코로나가 해제되면서 작년처럼 하루만 하던 특혜는 끝이 났고, 4일간 열심히 출퇴근을 했다. 확실히 이럴 땐 차가 있는게 편하긴 하다. 직장 옮기면서 지하철 출퇴근 하다 보니 차 안 판걸 후회했는데 몇년간 그럴 필요는 없겠다.
예비군 훈련은 어떻게 보면 회사 출근보다 더 좋을지도 모르겠다. 사실상 조기퇴소하면 4시 퇴근 확정에, 주어지는 과제도 (회사의 것에 비하면) 그렇게 어려운 편은 아니기 때문이다. 다만 한 가지 나에게 있어서 단점은 출근 시간이다. 예비군 훈련장이 집보다 멀리 있기 때문에 (거진 1시간) 평소 회사 업무를 준비하는 시간보다 출근을 일찍 해야만 하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커피를 먹을 시간 또한 자연스럽게 없게 되었다.
예비군 도착하고 나니 커피를 마시지 못한 허전함이 있었지만 그게 그렇게 문제될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그 후에 몰려오는 지긋한 두통이 있었다. 처음에는 이게 뭔지 몰랐다. 그저 오래간만에 편두통이 또 도졌나, 이 생각을 했다. 그런데 그렇지만은 않은 게, 가만히 있어도 속이 미친듯이 메슥거리던 편두통과는 달리 가만히 앉아있으면 또 진정되는 양상을 보였다. 그나마 천만다행이었던 건 첫날에는 날씨가 썩 좋지 못해서 별달리 몸을 쓰는 훈련을 많이 하지는 않았다는 것이다.
둘째날이 되었는데도 두통이 나아질 기미가 그닥 보이지 않았다. 당이 떨어져서 그런게 아닐까 고민도 하며 마트에서 음료수도 사먹어 봤지만 효과는 미미했다. 복장이 무겁고 덥다 보니 가만히만 있어도 탈진이 되는 걸까? 내 몸이 그정도는 아닐건데... 남은 한 가지 변수는 카페인이었다. 문득 떠오르는 게 있어, "카페인 중독"으로 검색을 해 보았다.
카페인이 가진 작용이 대표적인 각성 효과 외에도 많고도 많지만, 그 중 하나가 혈관의 수축 작용이라고 한다. 그렇다면 카페인을 먹지 않는 휴지기에는 자연스럽게 혈관이 확장되고, 이것이 두통의 형태로 나타나기도 한다고 하였다.
아, 이야기를 듣고 나니 왠지 납득 가는게 몇 가지 있었다. 주말에 아무래도 일을 하지 않다 보니 커피를 먹지 않고 쉬곤 했는데, 꼭 주말만 되면 머리가 알 수 없이 아파와서 타이레놀을 자주 먹곤 했다. 매일 아침 커피를 마시게 된 이후로는 그 증상이 어느샌가 없어져 있었다. 이외에도 피부 발진 등 여러 사건들이 있었지만 상관없는 일이다. 그리고 회사에서도 커피를 또 마시고, 이렇게 살아온 지 어언 10년 가까이가 되어가는 것 같다.
카페인 없이 살아갈 수 없는 몸이 되었다는 사실은 슬픈 일이지만, 그래도 나는 커피를 먹을 것이다. 그래야 일을 하지. 다만 먹는 양을 조금 더 줄여보려고 자각은 해봐야겠다. "카페인이 있으면 좋다"와 "카페인이 없으면 힘들다"는 엄연히 다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