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자전거 여러종 후기
수원에서 신분당선을 통해 강남으로 출근하게 되었는데, 신분당선 가는 길이 꽤나 험난하다. 경사도 15%의 급경사가 있어서 일반 페달질로 가기에는 꽤 고충이 큰데, 그렇다고 차를 끌고 가자니 주차할 곳이 마땅치가 않다. 그리하야 이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전기자전거를 구매하게 되었고, 어느덧 타고 다닌지 2년이 되었다. 후기를 쓸만큼 데이터가 모였다 이 말이다.
어떻게 글을 쓸 까 했는데, 특정 모델에 기반한 글을 쓰기보다는 폼팩터 기반으로 글을 쓰는 게 낫겠다 싶어서 최대한 그렇게 글을 쓰려고 했다. 그래도 타본 모델은 써야 하니까 쓰긴 쓰겠지만... 대충 저렇게 생긴 자전거는 저런 느낌이겠구나 생각하면 좋다.
다시 한번 이야기하지만, 내 개인적인 경험과 의견이고, 특정 모델의 사양 변경 등의 변화가 있을 수 있으니 반드시 이것 또한 확인할 것.
1. 초미니벨로 14인치 자전거
내가 가장 탔던 건 디스커버리 14인치 휠 자전거이다. 근데 비슷한 자전거가 진짜 지천에 깔렸다 (특히 쿠x, 네이놈!). 같은 폼펙터를 수십군데에서 돌려쓰는 게 분명하다. 돈 벌기 참 쉽구나. 이놈들은 생긴게 다 하나같이 똑같이 생겼다. 킥보드만큼 조그마한 바퀴에 기어가 없고(사실 있어도 무쓸모다) 저급한 앞 서스 및 싯포 서스펜션 기본 장착이다.
장점
- 조그맣다
- 구동계가 간단하다, 즉슨 어지간해서는 고장도 잘 안난다.
- 싸다
단점
- 바퀴가 작아서 승차감이 아주 구림
- 바퀴가 작아서 조향감/안정감이 아주 구림
- 바퀴가 작아서 시속 20이 넘어가면 헛페달질 함(자전거 타는 맛이 없음, 자력주행 거의 불가능하다시피 함)
- 기어가 없어서 급경사 (15% 이상)에서는 너무 힘듬, 거의 끌고가야 함. 이동 루트에 급경사가 있다면 절대 비추.
- 작지만 무게는 더럽게 무겁다. 작은 것에 대한 이점이 별로 없음.
그리고 저정도 크기면 기어가 딱히 있어도 바퀴가 너무 작아서 기어비가 딱히 잘 안 나올거기 때문에 거의 안 쓸 거라고 생각한다. 뭐 15%~20% 같은 급경사때는 가끔 쓰긴 하겠지만은.
그리고 미니벨로에서 조그맣다는 그렇게 큰 장점은 아닌 듯 하다. 어차피 접으면 14인치든 20인치든 다 고만고만함. 그리고 구동계+배터리 무게가 전기자전거 대부분을 차지하는 이상, 무게는 어차피 놀랍도록 무겁다. 아마 20kg 이상이었던 것으로 기억.
고질병
- 뒷스프라켓 고장: 증상이 발현하면 페달질을 해도 바퀴에 동력 전달이 되지 않고 스프라켓이 헛돌게 되기 때문에 사실상 스로틀 주행이랑 다름이 없게 된다. 무슨 싸구려 부품을 쓰는 건지 몰라도 뒷스프라켓이 두번 고장났다. 뒷바퀴를 분리해서 스프라켓을 분리해 갈아야 하는데, 아주 골치아프다. 부품 자체는 싸고 쉽게 구할 수 있다.
- 체인 빠짐: 드레일러가 없다 보니 체인이 늘어지면 직접 나사로 다시 조여줘야 하는데, 그렇게 하지 못하면 험한 곳을 지나갈 때 체인이 빠지기 쉬워진다. 혹은, 스프라켓과 체인 축을 제대로 맞추지 못해도 체인이 쉽게 빠지게 된다. 픽시 자전거와 비슷한 문제라고 볼 수 있는데, 어떻게 보면 이런 점에서는 단일 기어가 마냥 정비성이 좋다고 하기도 음...
2. 20인치 미니벨로 자전거 (싯포 배터리)
잠깐 하루이틀 이지라이드 아이콘을 탔었다. 20인치부터는 폼펙터가 조금 더 다양해지는 모양인데, 그래도 크게 두 가지 정도가 있다고 할 수 있다. 하나는 싯포스트 뒤에 배터리를 거치하는 방식이고, 다른 하나는 프레임 안에 배터리를 배치하는 방식인데, 이건 전자 방식이라고 볼 수 있다. 비슷하게 유명한게 모토벨로 TX7 같은 것.
이 모델의 장점
- 힘이 좋다 (특히 저 아이콘 모델 최대출력 750W는 굉장히 좋다. 15% 언덕에서도 자력으로 움직임)
- 자체 안장 서스펜션 내장
장점
- 바퀴가 커서 조향이 꽤 안정적임.
- 바퀴가 크고 프레임(축거)도 커져서 승차감도 꽤 안정적임.
- 이상하게 이 폼팩터부터는 전반적으로 쇽이 꽤 좋다고 느껴짐. 이것도 바퀴 영향인가?
- 이제야 자전거처럼 보임.
- 폴딩도 가능하기 때문에 여전히 휴대성의 장점을 취하고 있음.
- 기어가 있어서 고속에서도 페달질 가능 (30km/h 이상)
단점
- 싯포스트 배터리 형식. 20인치 되니 14인치 폼팩터와는 달리 싯포스트 배터리 공간이 매우 협소해짐. 그리고 비올 때 배터리 단자 방수가 제대로 안 될 수 있다.
문제는 하필 내가 받은 모델이 불량품이 었다는 것이다. 몇 가지 문제사항들을 짚어보면
- 잠금장치 고장이라 상습 폴딩될 가능성 농후
- 배터리 고정 축에 달린 나사가 배터리와 접촉불량을 일으켜 배터리 삽입 불가. 혹시 설계불량...?
- PAS 조립불량 (아니, 센서는 있는데 자석판이 없는게 말이 돼?)
- 프레임 상태 불량 (깨져 왔음... 🤔)
이외 자잘한 마감 문제가 있었으나 그 정도는 DIY 되기도 하고 해서 스킵
제품 자체는 마음에 들어서 어지간하면 그냥 타려고 했는데, 조립불량인데다가 재고도 없어서 교환도 안된댄다. 결국 환불엔딩으로 끝나버렸다.
그리고 사족으로, 항상 느끼는 건데 전기자전거 인터넷 구매를 하면 AS가 제대로 안 된다. 디스커버리 때도 그랬는데, 요약하면 수리를 위한 지정된 대리점이 없고, 설령 있더라고 해도 수리를 받고 이에 대한 요금을 청구하는 시스템이 굉장히 복잡하고 잘 진행되지 않는다 (잘 안해주려고 함). 직판매가 아닌 자전거 등등의 여러 이슈가 얽혀 있는 것으로 추측된다. 수리도 수리지만, 이런 제품을 그대로 출하시킨 국내 자전거 QA 수준에 대해 아주 실망했다. 아무튼 인터넷 전기자전거 구매는 그래서 비추한다. 수리 여부를 최대한 잘 확인하고 사자.
그리고 위에서 쓴 불량 내역은 내가 운이 나빠서 걸린 것으로 보이고, 모든 제품이 다 저렇지는 않다는 걸 다시 한번 이야기한다.
3. 20인치 미니벨로 자전거 (프레임 내장)
랑케레이시 g660, g650, 모토벨로 xt7 등 많은 모델들이 쓰고 있는 방식이다. 사실 싯포 배터리 형식이랑 전반적으로 배터리 빼고 엄청 큰 차이는 없다.
장점
- 프레임에 배터리가 들어가는 구조라 그런지 엄청 튼튼해보이고 (실제로 뒷바퀴까지 통으로 뻗은게 아주 튼튼해 보인다!)
- 방수에도 비교적 안전함
단점
- 배터리 교체가 약간 더 까다로움. 매번 폴딩해야 함...
그런데 20인치 프레임 특성인지 싯포 배터리가 자리가 잘 안 나는 경우가 많더라. 그래서 프레임식이 차라리 나을수도 있다는 생각을 함.
그리고 이 모델 특유의 단점
- 최대출력이 낮음 (약 550~600W 추정)
내가 작성한 다른 글에서 볼 수 있듯이 모터가 문제가 아니라 컨트롤러 출력에 하자가 있다. 그래서 경사가 심한 (15퍼 이상의) 언덕을 오르면 확실히 출력이 아슬아슬하게 느껴진다. 그래도 오를만은 하지만, 목이 마를수 있다. 내가 봤을 때 저 정도 언덕은 최소 750W~1000W는 있어야 시원시원하게 올라갈 듯... 이지라이드 아이콘 대비 확실하게 출력이 부족함이 느껴진다.
26인치는 고민해봤으나, 20인치 정도면 조향 및 안정성에서 꽤 충분한 위치에 있기도 하고 휴대성 면에서 많이 손해를 본다고 생각되어 (일반 26인치보다 축거가 커서 엘레베이터에 넣기도 힘들고, 대중교통 이동 안되고, 차에 싣기도 힘들고...), 20인치로 유지하기로 했다. 앞으로도 전기자전거는 20인치 형태로 쭉 타게 될 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