팰월드 (Palworld)
게임을 잡는 건 정말 오래간만이다. 여기서 말하는 "게임"은 가챠 게임을 제외한 것들을 의미한다. 혹자는 가챠 게임도 게임 아니냐고 할 수도 있지만 그들의 주된 즐거움 수단은 내 경험상 "가챠" 그 자체였기 때문에 게임 플레이 자체에서 재미를 느끼는 것과는 약간 이야기가 다르다. 물론 나 또한 가챠 게임 즐기다 과거에 하지만 이젠 익숙해져버렸다 가챠.
그리고 스타트업으로 이직하게 되고 해야 할 공부나 벌려놓은 일들이 점점 많아지면서 게임에 투자할 수 있는 시간이 이제는 거의 없어지다시피 하게 되었다. 애니메이션은 진작 대학생 때 이후로 접었고... 게임도 (리듬게임 제외하고) GTA5 라이브러리에 추가해 놓고 아직 손도 못 대고 있다.
그러다가 팰월드(Palworld)라는 게임이 히트하게 되었고, 이는 자연스럽게 내 귀에 들어오게 되었다. 회사 동료도 "팰월드가 그렇게 재밌다", "팰손실 나니까 집에 가야겠다" 식으로 팰월드에 대한 강한 지지를 표명했고 이에 나 또한 관심이 쏠리게 되었다. 곧 설이기도 했고, 마침 얼리억세스기도 하니까 지금 사놓으면 더 싸게 어느정도 즐길 수 있겠다라는 생각이 들어서 일주일 전에 사 놨다가 설날때 플레이를 하게 되었다.
... 실은 설날때까지는 너무 피곤해서 거의 내리 잤고 (약 14시간 쯤? 피로가 많이 쌓였던 듯) 그 다음날부터 본격적으로 하게 되었다.
소감
정신차려보니 거의 12시간을 팰월드에 쏟아부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이렇게 강한 몰입감을 준 게임은 정말 오랜만이라는 생각이 든다. 심시티4, Risk of Rain, 원신 같은 게임 재밌게 한 이후로 처음인 듯 하다. 내일을 위해서 게임을 껐는데도 그 여운이 쉽사리 가시질 않는다.
이 게임의 매력은 어떻게 보면 최근 게임의 것과 별반 다를게 없을지도 모르겠다. "수집"하고, "강해"져서 "모험"하고, 더불어 "하우징" 하는 맛이 일품이다. 이미 이건 "원신"이나 "젤다"가 겪어온 일대기다. 하우징을 제외한다면 "몬헌"에서 느끼는 경험과도 굉장히 유사하다. 그런데 이렇게 잘 섞어놓은 게임은 처음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예컨데 원신 같은 경우는 하우징을 하려면 오픈월드에서 나가서 "선계"라는 하우징 전용 월드로 들어가야 한다. 하지만 대부분의 컨텐츠는 바깥 세상에 존재한다. 자연스럽게 하우징에 손이 안 가게 된다. 이 게임은 생산과 조합 활동을 하우징에서 반드시 해야 하기 때문에 의존도가 크고, 동시에 이를 오픈월드에 잘 저며놓았다.
잘 부각되진 않지만 은근 자유도도 굉장한편에 속한다. 팰을 죽이거나 수집하거나 하는 것도 자유롭다. 최근의 PC한 업계 성향을 생각하면 이젠 보기 쉽지 않은 모습이다. 하우징 기지를 아무데나 세울 수도 있다. 이건 Rust가 떠오르는 시스템이다. 그러면서 탐험할 곳이 굉장히 많은 오픈월드 시스템을 그대로 다 갖춰 놓았다. 돌발 이벤트들도 많다(팰 애호가(?)들이 우글거리는 필드를 피해 간다던가, 아니면 하우징으로 들어오는 그들의 공격을 막는다던가...)
개인적으로 느끼는 주요 재미 요소는 오픈월드의 것이라고 생각된다. 젤다/원신과 흡사한 맛이다. 중간중간 더 강해지기 위해 하우징/건설을 해야 하지만, 대부분의 시간을 수렵/채집 위해 필드에서 보내는 탓일 것이다. 물론 모든 맵을 다 탐험하고 나면 질릴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아직 "얼리 억세스"라는 것이 이 게임에 더욱 기대감을 더해준다. 특히나 이런 오픈월드식 게임은 추가적인 요소를 무궁무진하게 때려박기에 안성맞춤인 장르다. 정식버전, 혹은 이후 DLC에서 어떤 신박한 이벤트나 요소가 나올지 벌써부터 기대가 된다.
최근 가챠게임에 비해서는, 불필요한 컷신이나 유저의 행동을 제약하는 요소가 거의 없어서 집중력이 끊기지 않는 점 또한 큰 장점 요소인 듯 하다. 다만 이는 호불호가 갈릴 수 있는데, 초보 유저의 경우 너무 넘쳐나는 자유도에 압도당해 무엇을 해야 할 지 몰라 성장을 전혀 하지 못해 게임을 제대로 즐길 수 없을지도 모르겠다. 또한 스토리랄 것이 딱히 없어서 스토리를 중시하거나/스토리를 감상하는 취향인 유저의 경우에는 극도의 비호감 요소로서 작용할지도.
그리고 마지막으로 결코 무시할 수 없는 "귀여움". PC함에 잡아먹혀 버린 게임 세계에 몇 안 되는 마지막 구원투수 같은 게임이 아닐 수 없다! 베비뇽의 꾸루루룽 소리를 듣고 있으면 그동안의 고됨이 사르르 녹는 느낌이다... 다만 귀여운걸 두들겨 패고 있는 그 간극을 못 견디는 사람이라면 비추... 지만 그 정도인 사람이 몇이나 있을까?
완성도?
얼리억세스 답게 게임에 잡다한 버그가 많다. 나무위키에서도 이미 문서가 만들어져있을 정도로 정말로 많다. 그래도 게임을 즐기는 데 있어 지장을 크게 초래하는 버그는 없는 듯 하고, 다만 비좁은 환경에서 시설 배치하면 팰들이 시설에 끼이고 개판이 나는게 좀 크게 문제이기는 했다. 저 문서에 없는 버그도 수두룩하게 많다. 1
밸런스(?) 문제도 있다고 한다. 아직 30레벨에 도달하진 못했지만, 그 즈음부터 시설이나 장비를 만드는 데 드는 금속의 양이 어마어마하게 들어서 게임 진행이 급속도로 더뎌지는 문제가 있다고 한다. 아마 토끼공듀들을 위한 일종의 리미터기를 달아놓은 게 아닌가 추측된다. 뭐, 얼리억세스니깐 아주 이해가 안 가는 건 아니다...
평론가 점수는 덕분에 꼴아박았다. 특히나 완성도 문제가 심한데, 정작 유저들은 모두가 흡족해하는 듯한 사상 초유의 평점 갭을 보여주고 있다. 이는 플랫폼 차이로 보인다. 평론가들은 주로 콘솔에서 플레이하려고 하였는데, 몇 개 평을 읽어보니 콘솔에서는 심각할 정도로 버그가 많았고, 또 컴퓨터 인터페이스가 아니라 패드로 하기에는 조작감도 어려움이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 팰월드는 아직 "컴퓨터" 한정 갓겜이라고 봐야할 것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식으로 나온다면 그 포텐셜에 의심의 여지는 없지 않을까 생각함.
뭔가 글이 엄청 장황하게 되었는데 아, 아무튼 엄청 재밌었다고! 이제 내일부턴 다시 이것저것 볼 일이 있고, 모레부턴 출근이라 이 행복했던 시간도 이젠 빠이다. 나중에 기회 되면 또 하겠지.
일부 정보의 출처: 나무위키 https://namu.wiki/w/Palworld
- 드물게, 세이브파일 자체가 손상되는 버그가 있다고 한다. 커뮤니티에서도 심심찮게 찾아볼 수 있음. 이건 좀 크네...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