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대화 하기
최근 내 스스로에 대해서 보다 깊게 성찰하기 시작하면서, 내가 다른 사람들과 해온 대화와 그 감정에 대해서 다시금 재해석을 해보기 시작했다. 대화할 때의 상대방의 반응은 내 스스로를 가장 잘 대변하는 것이기도 하니까. 진작 그랬어야 했는데, 이해가 잘 안 되어서 되려 짐작하고 넘어가거나, 그동안 충분한 노력을 기울이지 않았다는 게 아쉽다. 그래서, 이제서야 좋은 대화를 위해 어떤 요소들을 신경써야 할지를 생각해 보았다.
참고로 지극히 개인적인 관점에서 살펴본 요소이기 때문에 다른 사람에게 참고할 만한 가치는 없을 수 있다. 일기 정도의 수준으로 기록해 두려고 한다.
감정 대화
어떤 주제에 대해서 대화하는 것은 우리 모두가 굉장히 익숙하다. 그럴 것이 유년기때부터 대학교, 회사 생활을 거치는 그 모든 과정에서 우리는 문제와 그것을 해결하는 과정에 대해 대화를 하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그러한 과정에서 어떤 감정이 일어나기도 하는데, 그걸 그동안 너무 “배제”해왔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이를테면 몸이 아픈 상황에서 어떤 문제에 대해 이야기하자고 하면 상대는 화를 낼지도 모른다. 상대의 이 때 감정은 “불쾌함”일 것이다. 갑자기 불쾌한 감정을 느끼는 이유가 뭘까, 이에 대한 이유를 물어본다면 원만하게 대처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 상황에서 나도 감정이 전이되어 기분이 나빠진다면 서로의 기분이 상할 뿐이다. 물론 일 하자고 했는데 불쾌함을 드러내는 사람이 원인을 제공한 것이지만, 사람이 살다보면 항상 기분이 좋을 수는 없다.
일 이외에서도 같은 이야기가 적용된다. 어떤 주제에 대해서 이야기할 때 어떤 감정으로 이야기를 하고 있는지, 이야기를 들으면서 어떤 감정이 떠오른지 한번쯤 생각해 보았는가? 그걸 잊고 있다보면 상대는 자신의 감정이 무시되는 느낌을 간혹 받을지도 모른다. 더불어서 감정으로 다른 이야기를 엮어서 할 수도 있기 때문에, 대화 주제를 늘리는 데 있어서도 도움이 된다.
더불어서 같은 감정을 가지게 된다면, “공감” 한다면 상대는 그것만으로도 기분 좋은 대화로서 큰 도움이 될 것이다. 더 나아가서는, “공감” 했기 때문에 행동을 취해줄 수 있을 것이다. 축하받고 싶다면 선물을 사 주거나, 슬프다면 위로의 말을 건네거나.
아주 기초적이지만 생각보다 주제를 건너서 이야기하다 보면 이게 잘 안 된다. 수시로 내 기분과 상대 기분을 파악하려고 노력해야 하고, 내 기분을 모르겠다면 상대의 행동/나의 행동으로 이를 유추해 보는것도 꽤 크게 도움이 된다. 마음이 몰라도 몸이 알고 있을 때도 드물게 있기 때문에.
공감의 유형
위에서는 내가 취약한 공감적 요소에 대해 이야기 했지만, 어떤 사람은 이야기할 때 아예 감정을 배제하고 이야기하는 것을 좋아할 때가 있다. 이에 관해 여기 내가 좋아하는 글이 있다. 인정받고 싶어하는 사람, 자기 의견이 없는 사람(회피형), 새로운 주제를 좋아하는 사람 등 유형별로 “공감”할 방법을 찾아 놓으면 대화를 재밌게 하는 데 있어서 많이 도움 된다고 생각한다.
https://brunch.co.kr/@easy-life/41*
그리고 공감은 기본적으로 “이해”다 . 상대 머리속에 그림 그려준다고 생각하고 설명을 충분히 해줘야 하고, 내가 머릿속에 그림이 안 그려지면 충분히 “질문” 해야 한다 https://brunch.co.kr/@xtxc/4
더불어서 대화 자체가 (명시적이지는 않지만) 질문으로서 작용하기도 한다. 그러면 그 답변은 마찬가지로 질문에 대한 답변이 들어 있어야 한다. 그럴 때 상대와 나는 “공감” 한다고 이야기 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이건 좀 까다로운 형태의 대화긴 하다… https://brunch.co.kr/@bkoon/38
질문하기 — “왜” “어떻게” “만약”
문득 느낀 것이지만 상대의 어떤 점이나 관심거리를 “특이하네” 혹은 “신기하네” 정도로 치부하고 넘어갈 때가 있다. 나중에, 한참 뒤에 돌아와서 골똘히 생각한다, 왜 그런 이야기를 상대가 했을까. 한참 지나가서 궁금해지다 보니 물어볼 수도 없고, 당시에 대화 주제가 떨어져서 적막할 때 할 이야기도 없어지게 된다. 내가 그 때 궁금해 했더라면 더 많은 이야기를 상대와 할 수 있었을 것이다.
예전에는 티슈에 적힌 성분표를 일일이 다 읽어볼 정도로 호기심이 많았는데, 이제는 너무 그렇게 되지 않게 되어버렸다. 단순히 나이가 들어서일까? 아니면 상대의 일거수 일투족을 물어보다가 혼쭐이 난 경험이 쌓여서 그렇게 된 것일까? 어찌됐든, 상대에 대한 궁금함은 상대에 대한 호감의 표현이자 대화를 이어가기 정말 좋은 요소기도 하다. 그동안 잊고 있었던 “왜” “어떻게” 를 많이 되살려야겠다. 마치 초등학생 시절로 돌아가서 세상 모든게 궁금했던 마음가짐으로. “만약”도 비슷하게 어떤 주제에 대한 이야기거리를 전개하기 좋은 키워드라고 생각한다.
육하원칙, 오감 이용해서 물어보면 아무래도 좀 더 전개할 이야기가 많다. 중간중간 자기 이야기도 섞거나(샌드위치식 대화), 상대 말을 복창하며(확인하며) 질문 할 수도 있고. 상대를 취조하는 느낌을 덜 들게 할 수도 있다.
그리고 열린 질문 하려고 최대한 노력하자. 닫힌 질문은 “예/아니오”로 답변되는 질문이다. 위에 있는 “왜” “어떻게” “만약” 식의 이야기를 한다면 상대가 자유롭게 대답할 수 있어 보다 폭넓은 대화를 하기에 좋다.
이렇게 해서 상대가 스스로 이야기를 하게 만들면 꽤 성공한 대화이기도 하고 (일단 내가 편해서 ㅎㅎ), 상대에게서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어서 더불어 이득이기도 하다. 대화에는 대체로 의도가 들어 있으며, 그 의도를 답변받는 게 대화이므로, 사실 대화는 질문을 주고받는 행위라고 볼 수 있다. 질문을 많이 할 수 있도록 노력하자.
부정적인 말버릇
가끔 나는 의도치 않게 상대를 서운하게 만드는 말을 한다. 어떤 말들이었는지 생각해보면 주로 부정적인 이야기들이 많았다. “이건 이래서 안돼”, “이건 별로였어”, “너는 너무 ~~해”, “저건 이상하네” 식으로.
부정적인 이야기가 왜 나쁘냐면, 보통 이야기 하는 주제를 거부하는 식으로 이야기하기 때문이다. 이는 주제를 상대가 꺼낸 것이라면, 상대의 말문을 막히게 만든다. 이 사람이 기분이 상해서 주제를 거부하는 거라고 오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조금 예민한 사람의 경우…). 돌이켜 보았을 때, 어떤 이야기를 하다가 분위기가 싸해지는 경우면 십중팔구 이런 케이스였다.
좀 더 예쁘게 말할 수 있는 표현들이 생각해 보면 많이 있다. 이상해보다는 특이해, 별로인 점 이야기하기보다는 좋은 점만 이야기하기. 물이 반이나 남았다는 표현이 있다. 옛 말 중에 틀린 말이 역시 없다.
- 문득 떠오르는 이야기인데, 물이 반이나 남았다가 항상 옳은 태도는 아니다. 물이 반이나 남았다고 물이 부족한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거든! https://gall.dcinside.com/board/view/?id=dcbest&no=242675
그리고, 비꼬아서 말하는 말투도 마지막으로 고쳐야 할 것 중 하나다. 부정적인 감정에 매몰되어서 다른 (지난) 사건을 끌고 오는 것인데, 이를테면 어떤 문제를 지적하다가 “저번에 ~~ 했을때 알아봤어” 같이 다른 문제를 끌고오는 것이다. 문제의 본질을 비트는 것은 대화를 다른 곳으로 이끌 뿐만 아니라 더 파괴적인 결과를 낳아서 문제 해결을 어렵게 만든다.
상대를 실망시키는 행위
부정적인 말버릇과 맥락은 비슷한데, 이건 행위에 중점을 둔다. 이 부분은 좀 더 복잡하고 어렵다. 개인의 취향이나 경험이 반영되어 있기 때문이다. 집에 돌아오자마자 씻는다거나, 사무실에서 손톱을 깎는다거나, 대화할 때 팔짱을 낀다거나, 귀빈을 적절하지 못한 장소(김밥천국이라던가, 복잡한 회식 장소라던가)에 모신다던가, 상대 집에 방문했는데 물 한모금 안 준다던가 …
어찌 되었든 상대가 기대했던 수준에 못 미치면 상대는 “실망”을 하게 된다. 기대를 안하면 실망도 없지만 보통의 사람들은 호감이 있다면 어느 정도의 기대가 없을 수가 없다. 애착 관계면 그게 훨씬 더 할 것이고. 상대가 어느 정도 수준을 원하는지를 “공감”하는 게 그래서 중요하다. 또 나왔네 공감.
이게 참 애석한게, 가정환경이나 주변 환경, 그리고 경험한 것에 따라서 그 기대 수준이 천지차이가 난다는 것이다. 이건 노력으로 쉽게 해결될 것은 아니라고 본다. 상대에게도 어느 정도의 이해와 관용이 필요한 부분이다. 그래도 기민하게 상대의 기대를 파악할 수 있다면 보다 나은 결과를 얻어낼 수 있을 것이다.
제안 회피하지 말기
상대가 서운해 하는 행동의 연장선상이다. 상대가 나에게 제안을 한다는 것은 큰 용기를 필요로 한다. 항상 예스맨이 될 수는 없지만 가급적이면 긍정적으로 답해주는 것이 도움이 된다. 어렵다면 어려운 이유를 담아 정중하게 거절하면 된다. 거절할 권리 또한 있다. 상대가 서운한 걸 어쩔 수 없지만, 합리적이라면 안 받아줄 이유도 없고, 본인도 상대가 거절할 권리를 알고 있다.
가장 안 좋은 건, 제안으로부터 회피하는 것이다. 고민해 볼게, 생각해 볼게, 혹은 대답도 아예 안하고 잠수타거나, 혹은 너는 어때? 식으로 선택권을 상대에게 위임한다던가. 자신의 의견을 비우고 상대에게 놓음으로서 상대는 혼란스러워진다, 왜냐하면 이 사람이 어떤 감정을 가지고 있는지 알 수가 없으니까. 본인이 감정이 없어서 그랬다라고 이야기 할 수도 있지만, 어찌되었든 상대를 혼란스럽게 한다는 데는 변함이 없다. 중요한 결정이 아니라면, 가급적 회피하지 않는 게 좋고, 회피하는 게 어떤 상황인지 인지해 둘 필요가 있다. 그래야 고칠 수 있으니…
내 욕구에 솔직해지기
회피형에게서 특히 나타나는 특성이라고 생각한다. 가끔 알 수없이 마음이 답답해지거나, 내가 원하는 것과 다른 말이 튀어나와서 곤혹스러울 때가 있다. 잘 생각해 보면 그 근원은 “억압된 욕구”에 있었다. 내가 표현하고 싶은 것이 있는데, 어떠한 이유로 억눌려 있어서 왜곡된 방식으로 튀어나오게 되고, 의도하지 않게 상대방에게 상처를 주는 경우가 있었다. 적절하지 못한 드립이라던가, 질문이나 위로 대신 조롱이라던가 …
나 같은 경우에는 먼저 나서서 질문 하는 것에 대한 일종의 수치심이 알게 모르게 내재되어 있었다. 먼저 상대방에게 질문 하는 것을 너무나 두려워하는 내 스스로를 알게 되자 문득 놀랐다. 질문하면 이렇게 쉽게 대화를 할 수 있었을텐데. 질문에 대한 욕구를 나는 억누르고 있었던 것이다. 왜일까. 상대가 무례하다고 지적한 적이 있었던 것일까, 상대가 싫어했던 적이 있던 걸일까. 이제와서 알 수는 없다.
무언가 답답한 게 있다면 내 안에 내재된 욕구가 무엇인지, 무엇을 하고 싶은지 잘 생각해보자. 물론 오래 억압된 욕구일수록 찾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너무 오래된 나머지 자신이 무엇을 회피하고 있는지조차 모를 테니까.
상대가 어떻게 생각할지 고민하고 드립 사용하기
부정적인 상황과 비슷한 맥락. 부정적인 드립, 특히 상대(제 3자)를 깎아 내리는 표현은 가급적 사용하지 말자. 얻을 수 있는 재미보다 반감이 훨씬 클 수 있다. 언제 어디서든 누구든지 존중해주는 표현을 항상 쓰려고 하자.
보통 “만약” 식이나 비유(은유-감정부여/직설)를 통해서 개그를 칠 수 있는데, 긴장 상황에서 쓰기 나쁘지 않다. 근데 원래 잘 하는 사람이 아니거나, 좋은 소재가 떠오르는 게 아니라면 억지로 괜히 하면 나쁜 표현이 나올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될 듯.
지나갔던 대화 반성하기
대화를 잘 하는 직접적인 방법은 아니지만, 대화를 잘 하기 위해 필요한 필수적인 일이라고 본다. 어색했거나 잘 되지 못했던 대화가 있다면, 다시 돌이켜서 생각해보자, 그때의 상황이나 상대의 감정이나 하고 싶었던 의미, 나의 반응이 거기에 적합했는지 등등. 부족한 정보가 있었다면 질문을 더 했어야 했을까도 생각해 보고. 그러면 다음엔 그렇게 하면 된다. 혹은, 그때 깨닫지 못한 감정이나 디테일이 있었다면, 다음에는 더 빠르게 캐치할 수 있어서 도움이 된다.
먼 과거가 아니라도 괜찮다. 당장 오늘 한 대화를 매일 퇴근길, 혹은 자기전에 떠올리며 생각해 보자. 혹시 내가 상대와 공감할 기회가 있었는데 내 이야기만 했다던가, 그렇게 기회를 놓치진 않았는지 생각해 보자. 무심코 누군가를 깎아내리는 표현을 쓰지는 않았는지 생각해 보자. 바꿀 수 없는 것에 대한 이야기를 해서 상대의 말문을 막히게 하지는 않았는지, 나의 투정이 상대에겐 배부른 소리로 들리진 않았는지, 상대가 반응이 내 기대와 달랐다면 왜 그랬을지 또 한번 생각해 보자.
그 순간의 모든 단어, 행동, 감정, 상황에 의미부여를 하고 반성하면 분명 다음엔 더 잘할 수 있을 것이다.
무언가 글을 쓰다 보니 대화 이외의 심리적인 이야기도 많이 들어갔는데, 그럴 수밖에 없는걸 깨닫는다. 대화는 결국 깊이 내려가다 보면 마음을 주고 받을 수밖에 없으니까, 깊이 갈 수록 자신의 마음을 드러낼수밖에 없는 거겠지 생각한다. 그렇기에 마음이 좋지 못하면 대화를 잘 할 수 있을 리가 없다. — 이건 선악과는 또 다르다.
그래서인지 여전히 나는 대화가 그렇게 말끔하지 못하다. 정확히는 돌이켜보면 그때 대화가 말끔하지 못했구나, 깨닫는 것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책을 읽거나 다양한 곳에서 정보를 찾아보고 있다.
대화를 굳이 잘해야 할까? 라고 반문할수도 있지만, 사실 대화만큼 자주 하는게 또 어딨겠는가… 필요하지 않을 수가 없다. 그리고 계속해서 내가 하는 말의 중요성이 높아지는 만큼, 나 스스로가 이제는 좋은 대화를 하지 않으면 안 된다. 신경 쓸 수밖에 없고, 그렇게 해서 더 나은 자신이 되면 나 스스로도 기쁘니 안 할 이유가 없다. 차라리 드립 없이 담백하게 요구사항이나 질문, 감정을 이야기하자.
책
아직 더 많이 읽어야 하지만…
- 적을 만들지 않는 대화법
- 감정 대화
- 어색해서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