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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 11. 26. 16:14 - lazykuna

직업의식과 개인 사상

최근 터진 사건을 보니 문득 떠오르는 생각이 있어 정리해 보았다. 사실 최근이라기에는 매번 쿨타임때마다 터져오긴 했다.


직업의식이란 무엇일까? 정의만 떼놓고 이야기하면 "일반적으로 노동이나 직업에 대한 인간 자신의 기본적인 태도나 자세"이라고 한다[각주:1]. 구체적인 내용은 직업 따라 달라지겠지만, 대부분의 자본주의 사회에서의 역할을 고려해보면 돈을 받고 주어진 요청사항을 주어진 시간 내에 마무리해주는 것이라고 정의할 수 있을 것이다. 그 결과물이 좋다면 자신의 평판이 올라갈 것이고, 이는 더 많은 기회로 이어진다. 흔히 말하는 "프로"가 되는 거고, 그들은 높은 퀄러티의 작업을 짧은 시간 내에 어떻게든 해내는 책임감, "프로의 정신"을 가지고 있다. 따라서, 내가 어떤 분야에서 잘 되고 싶다면 그러한 좋은 직업의식을 가지는 것이 당연 중요하다.

이와는 별개로, 대다수는 개개인이 추구하고자 하는 가치관(성향)이 존재한다. 가장 흔한 기준으로는 좌파/우파 정치적 성향이 있을 것이고, 요즘 핫한 주제인 페미니즘, 그리고 커뮤니티 성향(일간베스트 성향의 고인모욕 등...) 등이 있을 것이다. 각 가치관의 옳고 그름을 떠나서, 나는 개개인이 가진 그러한 성향들을 존중한다. 사람마다 가지고 있는 색이 있을 것인데 그걸 어떻게 나의 기준으로 감히 평가할 수 있을 것이고, 남에게 피해만 안 준다면 문제될 것이 무엇이 있을까[각주:2].

하지만, 그러한 성향은 오로지 개인의 사생활에서만 존중될 수 있다. 다르게 말하면 공적인 일에서는 자신의 성향이나 신념을 조절할 수 있어야 한다. 이는 논쟁이 되는 가치관일수록 더더욱 그러하다. 어떤 클라이언트가 자신이 의뢰한 작업에 "/논란" 딱지가 붙는 것을 좋아하겠는가? 범인(혹은 회사)는 알려질 것이고, 업계에서 소문이 빠르게 퍼질 것이고, 결국 아무도 찾지 않게 된다. 커리어가 그렇게 꽃피우기 전에 끝나는 것이다. 오로지 자신의 신념이 커리어보다 위에 있다고 판단될 때 그러한 행동이 용납될 것이다. 하지만, 그걸 잘 모르고, 혹은 미처 깨닫지 못하고 저지르는 사람이 많아서 보고 있으면 안타깝다.

보통 저지르고 후회하는 사람들은 이러한 현실을 맞닥뜨리고서야 깨닫는 사람들이다. 저지르기 전에는 주변 사람들이 같은 편을 들어주고 지지해 주기 때문에 괜찮을 거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내 경험상 대부분 그들은 잃을 게 없는 사람들이다. 가진 게 없기 때문에 소속감을 충족시키며 살아가는 사람들과 빛나는 커리어를 쌓으며 살아가는 자신을 동질화하면 큰일날 수 있다. 막상 총대를 매고 저지르면 그에 상응하는 책임이 돌아올 것이고, 이걸 책임져야 하는 것이 본인임은 명백하다. 힘을 싣어준 주변인들은 막상 아무런 도움을 주지 않을 것이다. 그때서야 깨닫는 사람들을 그동안 많이 보아왔다.

혹자는 나의 그러한 사상이 들어가 있는 작업마저도 가치가 있는 것 아니냐고, 그 자체가 결과물로서 본질을 훼손하지 않고 의의가 있는 것 아니냐고 이야기한다. 맞는 말이긴 하다. 적어도 클라이언트의 요구사항을 완벽하게 맞췄다면 작업물로서의 가치는 차고 넘친다. 다만, "논란이 없어야 할 것" 또한 클라이언트가 당연하게 암묵적으로 요구하는 사항이고, 그걸 프로가 몰랐을 것이라고 생각하진 않는다. 요구사항보다 자신의 신념을 우선하여 작업물을 만들 요량이라면, 남에게 요구사항을 받아서 하기보다는 자신이 주체적으로 일할 수 있는 개인 프리랜서를 하는 것이 맞을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논란이 항상 일하는 사람만의 잘못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작업은 프로정신을 가지고 했는데 개개인의 사적인 공간을 들춰서 "사상"을 주입했다고 강요하는 건 억지가 아니겠는가? 가끔 그러한 마녀사냥들을 보아 왔고 그에 따라 억울하게 매장당한 사람들도 몇 보았다. 그러한 행위 또한 중단해야 할 것이다.


내 이야기에 공감하지 않는 사람도 분명 있을 것이고, 그 또한 개인의 의지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2010 년대 초반 자신의 사상을 자유롭게 이야기하던 수많은 유명인사들이 (xx하, xx진 ...) 신념 논쟁이 격화된 10년대 중후반부터 더 이상 자신의 사상을 강요하지 않게 된 것은 이와 무관하지 않으리라고 본다. 어쩌면 저 사람들은 그만큼의 책임감과 보수를 받기 때문일 것이고, 대다수는 자신의 신념을 굽히기에는 너무나 받는 보수가 적어서일지도 모르겠다...

  1. 직업 윤리 - 위키백과, 우리 모두의 백과사전 (wikipedia.org) [본문으로]
  2. 물론 급진(래디컬)적 성향을 가진 사람들은 그렇지 않을 것이지만, 여기서는 논외로 하고 넘어간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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