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능을 검사하는 지표로 IQ가 있다면, 정서적 능력을 검사하는 지표로는 EQ(감정지수)가 있다. 사실 오래 전부터 알고 있던 것이긴 하다. 하지만, 그것이 갖는 의미에 대해서 그렇게 깊게 생각해보진 않았다.
IQ는 수치화된 숫자로서 표현되는데, 약간의 논란(후천적 학습으로 올리는 IQ는 의미가 없다 등...)이 있긴 하지만 그런대로 "이 사람 지능이 낮네/높네" 하는 지표로서 어느정도 쓰이는 입지이다. 반면 EQ는 그렇지 못하다. 아무래도 개인의 능력과 직결되는 지능과 달리 감정은 그닥 중요도가 떨어지는 이유도 있고, 또 감정의 점수화라니, 듣기만 해도 참... 모호하기 그지 없다.
그런 내가 최근에 EQ에 대해서 다시 생각해보게 된 것은 바로 내 자신에 대한 감정과 타인에 대한 감정을 "조절하는 것"에 대해서 필요성을 느꼈기 때문이다. 가끔 기분나쁜 인신공격 발언을 보게 되면(특히 인터넷에서) 너무나 화가 날 떄가 드물게 있다. 그 때마다 "내가 또 쓸모없는 데에 감정을 소모했구나" 하는 뒤늦은 후회를 하게 된다.
그리고, 내뱉고서 후회하는 발언을 가끔 할 때가 있다. 아니 생각보다 많은 것 같다. 나는 가벼운 농담조로 툭 던졌는데 갑분싸가 되는 발언 같은 것. 바로 사과하면 그나마 처신이 되긴 하지만, 아주 드물게는 그것마저도 잘 안 될 때가 있다. 돌이켜서 생각해 보면, 그 때 상대가 어떤 감정이었을지 파악하는 게 한 템포 느린 것이 그 원인인 것 같다. 말 해놓고서도 상대 감정을 파악하는 게 늦는 편인데, 말 하기 전에 파악하는 능력은 더 떨어질 건 오죽할까.
사실 나는 내 스스로 그럭저럭 눈치는 잘 보는 편이라고 생각하곤 했다. 여기서 말하는 눈치는, 분위기를 읽는 능력이다. 그러니까 적어도 분위기가 좋지 않으면 경솔한 행동을 삼가는 것 정도일 것이다. 하지만 정말로 "눈치"를 잘 보는, 그러니까 EQ 지수가 높은 사람이라면 그러한 분위기를 건드리지 않는 선에서 재치있는 말을 할 수도 있을 것이다. 상대의 감정을 읽는 걸 떠나서 조절하는 능력까지 탁월한 것이다. 경솔한 행동을 "삼가는 것"이 전부가 아닌 것이다.
좀 더 빨리 알아차렸으면 더 좋았겠지만, 이제라도 알아차린 게 어디인가. 그동안 그런 것에 신경쓰는 걸 불필요한 것 취급하여 신경끄고 살았지만, 이제는 그게 나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걸 알았으니, 이제라도 더 신경써 보도록 노력해야겠다. 이를테면, 생각없이 하고싶은 말을 하기보다는, 이걸 듣는 사람이 어떤 생각일까, 어떤 감정일까, 같은 것.
* 사실 엔지니어는 말을 하는 데 있어 감정을 같이 전달할 이유가 없다. 정보만 전달하면 되니까. 그게 바로 많은 공돌이들이 "둔한" 이유가 아닐까 싶기도 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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