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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10. 4. 21:10 - lazykuna

개발자로서 자신을 예쁘게 포장하기

최근 회사 사명이 옮겨지게 되면서 2년 묵은 링크드인 이력서를 갈아치우게 되었다. 단지 2년이 지났을 뿐인데, 내 링크드인 이력서는 참으로 난잡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할 수는 있지만 내 주력이 아닌 기술들, 할 수 없지만 잘하고 싶은 것들, 10년전에 했던 당시에는 기똥찼지만 이제는 허접한 기술들, 이 모든 것들이 뭉쳐져서 환장의 콜라보레이션을 이루고 있었다.

개발자 붐이 일어난지가 어언 10년이 넘었다. 내가 대학을 들어갈 때, 대략 2010년도 초반에, 슬슬 개발자 붐이 일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당시에는 개발자 문화 같은 것들이 그렇게 고도화되어있지 않아서, 정형화된 Resume 같은 것이 딱히 없었다. 내가 해왔던 것들을 주구장창 Resume에 구분없이 정성스럽고 화려하게 써 놓을 뿐이고, 그걸 가지고 그대로 이력서를 집어넣을 뿐이었다. 그 때에는 개발자 수요에 비해 공급이 많지 않아 이력서에 생각나는 아무거나 개떡같이 써도 그렇게 큰 문제가 없었다.

이젠 시대가 많이 달라졌다. 정시모집보다는 수시모집과 리쿠르팅의 시대다. 그렇기 때문에 별개로 입사를 준비하기보다는 항상 새로운 기회에 준비되어 있어야 한다. 새로운 기회를 찾고 있는가? 그렇다면, 나는 나와 비슷한 사람들이 가진 수많은 PR들 사이에서 "저에요, 저!" 라고 외치고 있는가? 그러려면 기업에서 어떤 개발자를 원하는지 한번 쯤 다시 되짚어 볼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걸 염두에 두며 아래와 같이 링크드인 프로필에 몇 가지 수정을 해 보았다.


Summary에 어필하기

 

나의 이전 프로필은 깔끔하게 Summary 란에 "Software Engineer" 이라고 적어놓았다. 깔끔하고 틀린 말은 아니지만, 요즘의 Software Engineer은 상당히 세분화되어 있다. 웹 서비스의 경우 Backend인가 Frontend인가에 따라서 TO가 다르며, 더 넓게는 Web 개발 이외에도 AI, System developer 등의 분야가 있다. 이런 상황에서, 단순히 "나 개발 할줄 알아" 라고 어필하는 것을 소중한 기회를 가져다 줄 리쿠르터에게 큰 불편함으로 다가올 수 있다. 동일한 실력이라면, 리쿠르터는 당연히 더 불편하게 구는 사람에게 기회를 줄 이유가 없다. 세계 1인자급 실력이면 모를까

그 점을 생각하여, 좀 더 디테일하게 Summary를 업데이트 하였다. 위처럼 소프트웨어 엔지니어 뿐만 아니라, 구체적으로 자신이 어떤 분야에서 커리어를 쌓았는지 두세개 정도의 단어를 나열하고, 마지막으로 내 성향을 나타내는 단어를 써 놓았다. 마지막 문구의 경우, 내가 개발에 관심이 많고 이런저런 것들을 만드는 걸 좋아한다는 것을 반영하여 "Coding Enthusiast" 라고 적어 놓았다. 그에 대해서 살을 붙인 내용을 Summary에 써 놓았다.

이런 식으로 말이다. 나는 좀 더 개조식/두괄식으로 써 놓았다. 읽기 편하라고.

사실 마지막 문구 생각하는것이 제일 어렵다. 내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알아야 하고, 그걸 내 커리어와 엮어서 어떻게 긍정적으로 표현할지에 대한 충분한 자기 성찰과 고민이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도 해놓고 나면 남들과 차별화 된 내 색깔을 보여줄 수 있고, 회사 입장에서도 지원자의 핏을 보고자 하는데 더 큰 도움이 될 거라고 생각한다.

 

설명은 Summary를 풀어서, 짧고 단순하게

Summary에 나를 어필했다면, 왜 그런지에 대한 이야기를 써야 할 차례다. 그걸 설명란에 쓰면 된다. 위 예시처럼 summary키워드와 연관되는 간단한 이력들과 정보를 써 놓으면 될 것이다. 길게 쓸 것 없이, 필요한 내용만, 필요한 기술만, 짤막하게.

과하게 긴 글은 내가 어떤 강점을 가지고 있는지 어필하게 어렵게 만든다. 그리고 잘 생각해보면, 이력서를 길게 쓸 필요가 없다. 내가 할 수 있는게 설령 많더라도 그 중에 Position(=짬밥)을 그대로 가지고서 일할 수 있는 "높은 숙련도의 주력 기술"은 몇 안 된다. 그리고 더 높은 페이를 당연히 받고 싶어할 것이니,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 모든 조건 아래에서 어필할 수 있는 기술이 몇 없을 것이다. 그걸 써 내면 된다.

위처럼 클라우드 기반으로 이것저것 해 보았다면 저 정도는 써 보았을 수 있지만, 저 중에서 현업으로 깊게 판 게 몇이나 될까? 그리고 몇 가지 기술은 비슷한 범주로 묶어서 쓸 수도 있다. 만약 저 사람이 Data Engineering 백엔드 개발자라면, 단순 Data Engineer on Cloud w/ Spring 정도로 깔끔하게 묶어 쓸 수도 있는 것이다. 주력 언어, 스펙은 한두개면 된다.

자신이 어떤 핏에 맞는지 짧게 표현하는데 어려움이 있다면, 적당히 큰 회사의 Career 란을 보면 된다. 그러면 내가 어떤 포지션에 최적화된 인재구나 알 수 있고, 그대로 자신을 소개하면 된다.

참고로, 링크드인 이외에도 이력서도 마찬가지다. 이력서 서류를 훑어보는 사람은 긴 이력서를 좋아하지 않는다. 길게 써 봐야 메인 커리어가 "특정 조건"이 부합되지 않는 사람이면 칼같이 쳐내어진다. 사람이 부족했던 시절이나 분야면 모르겠지만. 오히려 길게 쓰면 읽혀질 기회도 없이 휴지통으로 갈 수도 있다. [각주:1]

 

오래된 스펙은 과감히 쳐내자

과거에 잘 나가던 사람은 그 때를 기억하고 그리워한다. 그래서인지 그 때의 모습을 자꾸 뽐내고 싶어하는 경향이 있다. 그것은 이력서에서도 마찬가지다. 과거에 해 냈던 모든 멋진 기록들을 어필하고 싶어질 것이다. 하지만 그러한 욕망도 가끔은 과감히 접을 줄도 알아야 한다. 빛났던 것은 과거의 나고, 지금에서의 그런 기술들은 모두 낡았고 의미가 없어졌다는 것을 받아들여야 한다. 리쿠르터의 눈으로 냉철하게 보고, 이걸 쓰는게 도움이 될지 아니면 의미없는 문장이 될지 고민해보자.

그래도 그러한 기록이 나의 "성향"을 나타내어 준다고 생각하고 어필하고 싶다면, 구체적으로 서술할 필요 없이 한~두줄의 짤막한 서술형 문장이면 충분할 것이다.

 

나... 나는 포장할 게 없어...

그게 무슨 소리니 개발자야

없으면 만들면 된다. 1 Leetcode a day, 1 Kaggle a day, 하고서는 Github 에 올리고, "Challenging Engineer" 이라는 식으로 어필하면 된다. 누가 싫어하겠는가. 더 크게 포장해도 좋다. 이에 대해서는 아래처럼 유명한 짤들이 있으니 잘 보고 영감을 얻어보자.

물론 스펙을 만들어 내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고 시간과 노력이 든다. 하지만 더 높은 곳에서 일하고 싶다면 마땅히 투자해야 할 자산인 것이다. 만약 지금 하고 있는 일이 너무 바빠서 그럴 수 없다면 고민해 봐야 한다. 내가 받고 있는 대가를 포기(하거나 줄여야)할 만큼, 새로운 목표를 위해 투자하는 것이 더 이득인지.


 

이미지, 내용 출처

 

 

 

 

 

 

 

  1. 실화임.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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