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부터 비마니 게임의 팬으로서 장르 가리지 않고 여러 게임을 해 왔는데, 발판게임인 DDR도 그중 하나였다. 그런데 아쉽게도 코로나 시즌을 지나면서 여러 요인으로 오락실들이 최근 많이 죽었다. 그래서 접근성이 크게 떨어진 디디알 대신 펌프로 최근 입문하였는데, 하다 보니 비슷하면서도 다른 점이 좀 있더라. 왠지 그 점들을 정리해보고 싶어서 글을 써 본다.
이 글은 전적으로 경력자 입장에서 쓴 글임을 먼저 미리 밝힘. 1
DDR
- 발판이 4개다. (DP는 8개)
- 발판이 상하좌우로 있어서, 플레이 시 체동 및 허리틀기가 굉장히 빈번한 특징이 있다. 왜냐면 45도로 틀어서 보통 밟게 되니깐. 해당 근육을 잘 기를 수 있다.
- 뒤쪽 잡는 봉이 좀 낮음. 그래서 체력적인 측면에서 비교적 부담이 덜하다.
- 클리어 난이도는 쉽다. 펌프처럼 의문사당하지 않아서 안전하게 할 수 있다. 다르게 말하면, 밟는 만큼 정직하게 클리어 여부가 결정된다. 2
- 채보의 노트가 4박에 3노트가 꾸준히 쏟아지는 식으로, 혹은 신스음과 함께 나오도록, 노래와 찰떡같이 어울리도록 짜여지는 경우가 많다. 역으로 말하면 덕택에 엇박곡이 매우 어렵다.
- 판정 내기가 매우 어렵다.
- 그래서 이 게임의 묘미는 극한으로 박자를 정확하게 타서 점수를 갱신하는 것에 있다. 체력 소모량이 적은 대신 같은 곡을 여러번 파는 식.
- 롱놋콤보가 없어 콤보로 뽕은 못 채운다.
- BPM 기믹이 굉장히 심하고, 이외 시각적인 기믹은 없다.
- 주력 해금 컨텐츠는 노래이다. 칭호와 같은 것은 사실상 없다시피 함.
- 당연히 한국 노래는 거의 없고, 비마니 독점 판권 노래 및 일부 유명한 J-POP들이 가끔 들어온다.
https://www.youtube.com/watch?v=kbLzVj_sZrc
개인적으로 Anti-Matter가 이러한 특색을 잘 보여주는 노래 중 하나라고 보여진다. Clap 사운드를 들어보면 노래 신스음과 상당히 잘 맞아떨어지는 것을 알 수 있고 따라서 박자에 맞춰 스텝 밟기가 용이하다.
그리고 최후살 몇 마디 빼고는 휘몰아치는 부분이 그리 많지는 않다. 또한 그 중 절반도 3/4박의 특유의 리듬감이 있어서 모든 박자에 노트를 꽉 채워 넣지는 않는 경향이 있다.
펌프
- 발판이 5개다. (DP는 10개)
- 발판 구조상 위아래로 발을 움직이는 경우가 많아, 허벅지 앞쪽 근육의 활용이 중요해진다. 체동 및 허리틀기도 고렙되면 중요한건 매한가지지만, 개인적으로는 디디알보다 그 중요성이 떨어진다에 한 표.
- 뒤 잡는 봉이 좀 높다. 아무래도 발판이 디디알 대비 좀 넓은 만큼 가동 범위가 넓기 때문에 그런 듯.
- 클리어 난이도는 “화가 난다”. 밑에서 설명할 롱노트 기믹 때문에 노트 하나만 놓쳐도 폭사당하는 일이 발생할 수 있다. 못 해서 죽는건 이해하지만 그게 아닌데 죽는 경우는 좋지 않은 디자인이라고 개인적으로 생각한다.
- 채보의 노트는 그냥 어디 한번 죽어봐라 하고 우르르 쏟아진다. 신스음에 싱크 맞춰 나오는 거 거의 못 봤고, 비트 맞춰서 정박으로 주로 나오는 듯.
- 판정 내기가 비교적 수월하다. 디디알 하다가 이거 하면 99만점은 물론이고 100만점도 쉽게 나온다 … 이런 점을 이용하여 대놓고 비비거나 동밟을 의도한 스텝 디자인들도 꽤 있다. 판정어택 및 동밟 판정이 다른 디디알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다.
- 그래서 이 게임의 묘미는 몸 비틀어 가며 어떻게든 곡을 깨는 것에 의미가 있다. 체력 소모량도 더 많다.
- 롱놋 콤보가 있다. 콤보로 뽕을 채울 수 있음과 동시에, 롱놋 콤보가 일종의 “체력 회복” 시스템의 역할을 한다. 그 말은 똑같이 못 밟았어도 “롱놋” 포션이 널널한 곡이라면 깰 수 있고 그렇지 않다면 못 깬다는 것이고, 그게 레벨에 반영되어 있다. 즉 이 게임의 레벨은 곡을 밟는 어려움 보다는 곡을 클리어하는 어려움을 나타낸 것이라고 보여진다.
- BPM 기믹이 거의 없다시피 하고, 설령 있어도 익숙하지 않기에 그럴 경우 채보의 평가가 좋지 않다. 디디알과는 정반대 분위기이다. 대신, 겹발 기믹이 아주 중요하다. 시각적인 기믹 또한 굉장히 다양하나 클리어에 궁극적인 영향을 끼치는 경우는 “거의” 없다.
- 주력 해금 컨텐츠는 칭호이다.
역시 서열 좋아하는 한국인의 성격을 잘 간파한 게임이다.곡도 해금이 있긴 한데, 최근 작에서는 프리미엄으로 대체된 듯? - 당연히 한국 노래가 많으나, 최근에는 이런 게임 유저들의 성향을 반영해서인지 유명한 리듬게임 작곡가들의 판권곡이나 J-POP들을 많이 들여오는 모습을 보인다. 3
https://www.youtube.com/watch?v=je_eG9IMMao
개인적으로 이러한 특성이 잘 드러나는 채보가 Gothique Reasonance라고 생각한다. 중살 때 박자감 있게 노트가 떨어지지만 신스음과는 다르게 나타나는 박자, 후살 전 롱놋으로 피 채워주는 휴식 부분, 신스음 박자 상관없이 16박으로 쉬지 않고 내려오는 후살이 그러하다.
뭐가 어찌됐든, 둘 다 직관적인 인터페이스로 일반인들이 가볍게 접근하기 좋다는 점과, 현대인에게 있어 중요한 운동이 된다는 점에서 누구나 언제든 시작하지 않을 이유가 없는 게임이다. 사실 내 입장에선 대기가 생겨서 그닥 안 좋긴 하다.
고수도 초심자인 거 티나면 모두가 잘 배려해 주는 게임이니, 그동안 한번도 해보지 않았다면 겁먹지 말고 한번 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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