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번째 캐드 및 회로도 작업이다. 그것은 바로 수제 게임패드(비트콘) 만들기. 이 작업은 오래된 뮤즈온 컨트롤러 판떼기를 그대로 재활용하여 작업하는 것을 전제로 한다. 이른바 지옥에 있는 비트콘 살려내기.
이번건 예전부터 오랫동안 벼려오던 작업이었는데, 왜냐하면 뮤즈온의 기존 메인 칩셋의 성능이 처참한 게 첫번째 이유다. 동치입력하면 딜레이가 심하게 발생하는데다가, 키설정도 써드파티 프로그램을 이용하여 해야 하고, 심지어 그마저도 저장이 안 된다. 또한 최근의 게임패드 입력을 제대로 지원하지도 않는다. 비트콘 부품도 뭔가 특이한 스펙이라, 순정으로는 발광 LED를 달 수가 없었다. 이건 내부 하드웨어 및 소프트웨어를 다시 만들어야만 해결이 가능한 문제이다. 근데 폼팩터는 나름 튼튼해서 버리기 아깝다. 이게 바로 재활용을 생각하게 된 이유이다.
두 번째 문제는, 다른 메카트로닉(임베디드+모델링) 프로젝트와 마찬가지로 어떤 작업들이 필요한 지 잘 몰랐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제 임베디드와 캐드, 그리고 3D프린팅을 할 수 있게 된 지금의 나에겐 문제가 되지 않는다.
마지막으로, 이미 따오콘 두개를 집에 소장중이지만, 너무 크고 무겁다. 좀 더 편하게 꺼내쓸 수 있는, 그런 가볍고 다재다능한 컨트롤러를 만들고 싶었다.
작업한 내역은 아래 리포에 정리해 두었다: museoncon
1. 재료 준비
개략적으로 아래와 같은 재료들을 사용했다.
- 메인 칩셋 및 회로도
- RP2350 및 핀헤더
- 5x7 PCB 판 + 구리테이프
- 외주맡기거나 3D 프린터로 회로 인쇄할거면 이건 스킵 가능
- 멀티미터기 (회로 검사)
- (선택) 작은 포토인터럽터 (e.g. ITR9608)
- 전선 및 커넥터
- XH2.54 4핀 커넥터 많이, 5핀 커넥터 하나
- 넉넉잡아 5m 전선
- 압착기
- 파스톤(faston) 단자 (4mm과 6mm 암수 준비)
- (선택) 선 정리용 도구 (e.g. 부직포 테이프)
- 비트콘 버튼
- 리듬게임 버튼 백건 8개 + 흑건 6개 + 스타트버튼 4개
- 알리에서 싸게 주문 가능. LED + 버튼 어셈블리 통째로 다 같이 오더라.
- 리듬게임 버튼 백건 8개 + 흑건 6개 + 스타트버튼 4개
- 모델링 및 조립
- 치수 측정: 줄자, 버니어캘리퍼스
- 3D프린터, 충분한 필라멘트
생각보다 놀란 점은 재료비가 꽤나 든다는 것이었다. 싸게 중국에서 많이 공수해 왔음에도 불구하고 칩셋, PCB, 필라멘트나 커넥터 만드는데 쓴 재료비만 해도 5~7만원은 될 거 같다.
뮤즈온이 새삼 참 싸게 팔았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고, 그것보다 훨씬 싸게 온갖 전자기기들을 팔아치우는 중국 친구들은 또 얼마나 대단한건가 생각도 든다.
2. 펌웨어 준비
펌웨어는 아래의 스펙을 요구하도록 개발하였다:
- 다양한 INPUT 모드 지원: KEYBOARD, GAMEPAD(LR2, Beatoraja, INFINITAS)
- 인피니타스는 꽤 다양한 제약 조건이 달려 있어서 (HID ID) 좀 더 손봐야 하는 부분들이 있었다.
- 설정 지원
- 컨트롤러 모드 및 인풋 테스트 가능
- Serial 명령어를 통해 설정값을 통신함
- 웹 페이지를 통하여 설정 가능하게 함 (최근의 키보드/마우스들처럼)
대부분의 코드는 AI를 통해서 짰는데, 정말 잘 짜더라. 당장 내가 딱히 손 볼 구석이 없어서 그대로 쓰고 있다.
3. 메인 회로도 준비
이제 회로도를 짠다.
여태 했던 다른 펌웨어 작업들과 마찬가지로 우선적으로 어떤 GPIO 핀들을 어떻게 할당할것인가를 정하고 가야 한다.
나는 적당히 순차적으로 GPIO 핀들을 버튼 1~9번에 할당시키고, 마지막 GPIO핀 2개는 스크래치 포토센서 입력 받는데 썼다.
그렇게 만든 회로도를 통해 wireviz(yml)이나 KiCad로 PCB를 뽑아낼 수 있다.

대충 PCB로 어떻게 만들지 레이아웃을 정해 두었다. 참고로 위의 저항 2개는 아래 스크래치 섹션에서 이야기 함.
하지만 별도 PCB를 수주하기 귀찮았던 나머지 나는 가내수공업을 또 한번 택하고 만 것이었다…

적당히 PCB 회로도에 구리테이프를 바른 뒤, 초기 구멍을 뚫기 위해 핀과 부품들을 배치시키고, 구리선 스케치 그려주고, 거기에 맞게 칼로 구리테이프를 파내어주면 회로 완성.
이 고생 하기 싫으면 그냥 KiCad PCB를 3D 프린터로 뽑아낸 후 구리테이프 신공을 쓰거나, 아니면 PCB 전문 수주 업체에다 맡기는 게 속이 편하다.
전자의 경우는 아래 영상 참조. https://youtu.be/UgCfs-9DiN8?si=5zcI6rn4xvZN_xJy
4. 전선 및 커넥터 준비
이제 준비된 전선으로 열심히 커넥터를 만들어준다.
- 참고로 스위치는 4mm 파스톤 단자를 쓰고, LED는 6mm 파스톤 단자를 쓰니 규격이 다르다. 유의할 것.
- 스위치 4mm 전선은 그냥 이전에 쓰던 뮤즈온 전선을 그대로 써도 무방하다. 어차피 뮤즈온 스페어 부품들을 버릴거라면, 이렇게 하는 게 더 편하고 좋다.
- 전선이 얇으니, 압착기를 얇은 전선에 대응하는 놈으로 구비해두자. (26AWG 정도?) 여의치 않다면 전선을 한번 묶어서 압착될 부위를 두껍게 만들어 두거나, 혹은 아예 단자를 한바퀴 묶어놓아서 절대 안 풀리게 할 수도 있다.
5. 스크래치 회로 준비
한 가지 다루지 않은 것이 있다. 바로 스크래치쪽 파츠다.
게임패드에서 스크래치는 보통 두개의 포토인터럽트 센서를 사용한다. 즉 두 포토인터럽트 센서가 00, 01, 11, 10 상태를 어떻게 변화하느냐에 따라 스크래치 방향을 인식하고, 이를 신호로 컴퓨터에 날려주는 것이다.
여기에 백틱(backtick)과 같은 부차적인 오동작을 줄이기 위해 최소 틱을 설정하기도 한다. 어찌됐든… 소프트웨어적인 것을 제외하고, 몇 가지 작업을 통해 알아낸 핵심은 아래와 같다:
- 포토인터럽트 V_LED 에 바로 전원을 인가하면 절대 안 된다. 데이터시트상 포토인터럽트 전압은 대략 1V 초반대기 때문에, 3.3V VIN 전력을 그대로 쏘면 바로 고장이다. 무조건 저항을 추가해 주어야 한다.
- 뮤즈온 회로를 그대로 써도 좋다, 아니 오히려 쓰는게 편하다. 뮤즈온 회로가 이미 포토인터럽트 위치를 정밀하게 잘 조절해놓았기 때문에 슬롯 길이에 따라 위치를 맞출 수고를 할 필요가 없음.
- 포토인터럽트가 고장났을 경우가 있다. 이때는 다른 포토인터럽트로 땜질을 해서 교체가 가능하다. 다만 뮤즈온의 포토인터럽트 핀 위치가 다소 특이하기 때문에, 아래 사진처럼 센서쪽 핀은 다리를 꼬아서 땜질해야 한다.
- 그리고 뮤즈온보다 이식하는 포토인터럽트 핀이 보통 크기 때문에, 회로 조립시에 와셔 같은걸 같이 끼워넣어서 높이를 살짝 높여주는 게 안정적임.

그것이 바로 메인회로에 뜬금없이 스크래치부에 들어가는 두 개의 저항이 있는 이유이다. LED에 바로 전압을 인가할 시 높은 확률로 LED가 터지기 때문에 반드시 저항을 같이 달아주어야 함.
참고로 230옴 저항으로 무난하게 정상 작동하는 것이 확인됨.
6. 테스트
이제 직접 테스트를 해본다. 모든 버튼을 다 조립해봐도 좋지만 나는 버튼 하나만 조립해보고, 클릭 시 LED에 불이 들어오고, 컴퓨터에서 입력이 제대로 통신되는지 확인해 보았다.
참고로 LED는 아케이드 세팅 그대로 썼는데 (저항이 10k로 알고 있음), USB 전원으로도 불이 문제없이 잘 들어왔다. 별도 전력 공급은 필요없을 듯.
문제 없이 정상작동한다면 다음 단계로 이동.
7. 케이스 인쇄 및 조립
작업이 거의 끝났지만! 아직 다 끝난 게 아니다. 바로 뮤즈온 상판과 하판 케이스를 새로 뽑아야 하는 것이다.
상판의 경우, 아케이드 버튼에 잘 맞는 배치가 아니기 때문에 (버튼 8개 + 아케이드 버튼 위치 없음), 아예 아래처럼 새로 모델링을 만들었다.
하판의 경우, 가급적 원래 부품을 쓰고 싶었으나, 아케이드 버튼으로 변경하면서 높이를 더 높여야 하는 문제가 생겨서, 부득이하게 새로 파츠를 뽑아야 하는 상황이 되었다.
3D프린터로 한번에 인쇄가 어려울 경우를 고려해서 잘라서 뽑을 수 있도록 아래처럼 모델링을 해 두었다. 그대로 뽑아 쓰면 된다.

8. 최종 완성
이제 출력한 부품들을 가지고 조립하면 완성.

안쪽 선정리는 대충 이렇게 했다 완성하고 나니 생각보다 선이 많다는 걸 느낄 수 있다..

웹 페이지 인풋과, 윈도우 게임패드 입력 모두 확인해 보았다. 문제 없이 정상 작동을 확인.
https://youtube.com/shorts/D9oin94_azk
위는 테스트 플레이 링크다. 세팅이 마무리되지가 않아 돌버튼 + 스크간섭으로 플레이가 개떡이 난 점은 양해를 부탁드리는 바입니다. ㅠㅠ
생각 이상으로 완성도 좋게 만들어서 기분이 몹시 좋다. 스위치랑 스프링만 바꾸고 자잘한 손질 조금 더 하면 현역으로 써도 될 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