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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 6. 29. 00:46 - lazykuna

자신을 사랑한다는 것

요즈음 나에게는 통 재미있는 일도 없고, 새로운 소식도 없는 것 같다. 반면 부정적인 감정이 자꾸만 늘어나는 요즈음이다. 남이 잘 되는 소식을 들으면 축하해 주다가도 나는 뭘 하고 있지 싶기도 하고, 이대로 가는게 맞는지 불안하기도 하다. 감정의 근원을 찾기 위해서 여러 생각을 했다. 그리고, 전반적인 근원은 내 자신의 패배감에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어렸을때부터 딱히 좋은 환경에서 자라지는 못했다. 이래저래 참 많은 핍박을 받았던 거 같은데, "두고봐, 내가 잘 살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줄거야"라는 다짐으로 열심히 어찌저찌 살아왔다. 대학교를 졸업하고 나서 경제적 자유를 얻고 나서야 그 목표를 달성할 수 있었다. 옷도 사고, 차도 사고, 노트북도 사고, 패드도 샀다. 그동안 가지고 싶은 모든 걸 다 가졌다. 하지만 그 위로 더 올라가는 게 무척이나 힘들다는 것을 요즈음 느끼고 있다. 집, 이민, 하다못해 코테도 다른 일들 때문에 손을 놨다시피 하고, 어느 쪽도 쉬운 것이 하나가 없다. SNS나 지인들로부터는 이런저런 "잘 나가는 사람들"의 소식이 들려온다. 더 이상 올라가지 못하는 나와 주변 사람들을 자꾸 비교하게 되고, 불만족과 패배감에 젖어든다.

이렇게 되면 내가 자신이 없으니 남한테도 당당할 수가 없다. 내 커리어나 인간관계에 대해서 종종 움츠러들고 거짓말까지도 하게 되는 것이다. 신기한 건, 이렇게 내 자신이 하찮게 보이면 나와 연관된 다른 것들도 하찮게 보이게 된다. 내 외모나 유전자가 별로면 2세에 대해서 아예 기대를 접는다던가, 주변 인맥들을 폄하한다던가, 그런 것들이다. 예로부터 유명한 말인 "자신을 사랑해야 남을 사랑할 수 있다", 요즘 이 말의 의미르 약간은 깨달을 것 같다.

이렇게 살 수는 없으니 해결책을 제시해야겠다. 첫번째는 불만족과 패배감의 요인을 직접 해소하는 것이다. 하지만 하늘에서 갑자기 집이 떨어지는 것도 아니고, 갑자기 없던 친구가 생기는 것도 아니며, 하루아침에 각종 알고리즘을 마스터 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두 번째는, 열등감의 원천을 차단(조절) 하는 것이다. 하지만, 하루종일 수많은 정보 속에 휩쓸려 사는, 가끔은 정보를 직접 찾으러 가야 하는 입장인데, 그게 얼마나 가능할까? 마지막은, 교과서대로 "내 자신의 있는 그대로를 아끼고 사랑하자"를 실천하는 것이다. 글쎄, 불만족을 그대로 받아들인다는 건 내 인생 철학과 맞지 않는다[1]. 만족하는 삶을 살기 위해서 살아간다는 것이 내 철학이다.

적어도 나는 아직 내 모든 것을 아끼고 사랑할 수는 없을 것 같다. 나보다 훨씬 더 치열한 삶을 사는 주커버그나 머스크 같은 사람들은 자기 자신을 사랑하면서 살수 있을까? 문득 궁금해졌지만, 해소하기는 힘들 것 같다. 적어도 내가 퇴직하고 커리어가 끊기고, 한적한 전원주택으로 돌아가 캠핑을 즐기는 날이 오기 전까지는 이 딜레마와 계속 싸워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다.


[1]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내가 원하던 목표가 사회적/도덕적 통념에 반하는 것이라면 어떨까? 그래도 계속해서 밀고 나갔을 때, 얻는 득보다 실이 많다면? 어쩌면 지금의 나는 내려놓는 자세를 익혀야 할지도 모르겠다. 마냥 내려놓는게 껄끄럽고 아쉽다면, 대안책을 찾아보는 것도 하나의 방법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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