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전의 날이 밝았다. 어제 사놓은 편의점 면과 생수로 대충 아침을 해결하고 호텔에서 나왔다.
아침부터 후지산이 잘 보이는구만~ 구름에 가려서 못 보고 돌아가는 경우도 많다고 하던데, 이번 여행은 운이 좋으려나?
내가 예약한 닛산 렌트카 지점은 가와구치코 역 바로 옆에 있다. 굉장히 작은 지점인지 지도에서도 제대로 표시가 안 되는데, 그래서 그런가 실제로도 음식점 건물에서 렌트카 업무도 같이 보고 있었다. 렌트카 예약했다고 얘기하자 여권이랑 국제운전면허증 보여달라고 한다. 저거 두개 이외 별건 확인하지 않으셨다.
역시 시골 동네라 그런지 영어 구사는 하지 못하시고 일본어로 이것저것 열심히 설명해 주셨다. 한가지 의문사항은 보험 범위는 가장 낮은 기준 (Standard)로 정해놓으셨는데, 이걸 변경할 수 없는 듯 보였다. 변경 가능한지 좀 더 확실하게 물어볼 걸 그랬는데, 당시에는 그냥 곧이 곧대로 넘어감. 사고 생기면 110이랑 렌트카 회사에 반드시 연락하라고 하더라.
별도로 타이바리 렌트카 사이트에 언급되어 있는 노쇼 위약금 관련 사항이 궁금해서 여쭤보니, 노쇼의 경우는 그냥 취소된다고 이야기 하시더라. 뉘앙스로 봤을 때 위약금이 있는지조차 잘 모르시는 듯?
그래도 팜플렛은 한국어로 적혀 있는 걸 주셨다. 근데 당연한 내용들이라 딱히 도움이 되지는 …
이제 이 차는 제껍니다. 제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겁니다
이제 첫번째 목표인 아라쿠라야마 센겐 공원으로 이동한다.
각오했었지만, 차폭이랑 좌측통행 우핸들(깜빡이랑 와이퍼 반대임 😅) 어느 하나 익숙한 게 없다. 처음에 2차선에서 신호대기하다가 뒤 버스한테 차폭 제대로 안 줘서 경적소리로 혼나고, 우회전은 또 하나같이 비보호라서 무심하게 빨간불 될 때까지 기다리려다가 뒤에서 경적소리 들었다. 참고로 초록불 비보호다. 골목길은 또 더럽게 좁아서 사이드 보면서 조마조마 하면서 움직임. 한 20분간은 운전연수 받는 기분으로 운전했다… 😨
그 와중에 아라쿠라야마 센겐 공원 가는 길이 네비가 알려준 것과 약간 달라 공영주차장 한바퀴 빙 돌음. 공원 올라가는 도로가 있긴 한데 보통 못 들어가고, 차는 아래에 있는 공영 주차장에 세우면 된다.
초견치고 주차 ㅆㅅㅌㅊ
이제 열심히 계단을 올라가보자…
올라가다 보면 신사와 거대한 도리이도 있다.
계속 올라간다. 좀 험하긴 한데 금방 올라간다. 열심히 걸으면 5분이면 올라가나?
다 오르면 그 유명한 탑이 보인다. 이제 그 유명한 사진을 찍으러 뷰포인트로 이동하자.
아슬아슬하게 보이는 후지산!! 이거 찍자마자 구름이 다 가려버렸다... 날씨 증말 빠르게 변함. 다음에 온다면 벚꽃 필때즈음 올 수 있으면 더 좋을 거 같다.
근데 이제보니 최저가 렌트했는데 나름 마쓰다2 신년식인거 같다. 1.0L 경차 랜덤뽑기라고 해서 각오했는데 나름 1.3L 소형차네? 게다가 키로수도 15000밖에 안 탄 새삥이네? 블투도 되네? 개이득 ㅎㅎ
다음 목표는 시모요시다 3초메 사진이다. 여기도 정말 후쿠산 배경으로 정말 일본틱한 사진이 잘 나오기로 유명한 곳이다.
하지만 아~ 망했어요~ 이미 구름이 끼어서 아쉽게 풀-스케일의 후지산을 찍을수는 없었음 ㅠㅠ.
2초메도 꽤 비슷한 경치가 나온다. 여기는 차들이 훨씬 덜 다녀서 사진찍기가 훨씬 좋다. 물론 그럼에도 불구하고 차 통행에 방해가 되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 그리고 구름 끼어서 망함 - _-
유료 주차장에서 차를 뺄 때 미리 주차장 입구에 있는 계산대에서 정산을 하면 된다. 여기는 입구에 차단기가 설치되어 있는 구조가 아니라, 각 주차 자리에 차단기가 올라와있는 형태더라. 짤처럼. 그나저나 지바겐 왜이리 귀염뽀짝하게 생긴거 같냐.
적당히 볼일을 봤으면 이제 홋타라카시 온천으로 간다! 사실 의도하지 않았는데, 알고보니 내가 가는 스팟들이 죄다 유루캠프 스팟이더라. 허허.
홋타라카시 온천 가는 길은 정말 뻥 뚫려있다. 차들도 제한속도 50 아무도 안 지킴. 고저차도 살짝 있고 커브도 살짝씩 있는게 약간 강원도 한계령 넘는 기분 비슷하기도 하다.
중간에 중앙선이 없는 도로가 나오는데 상당히 좁아서 진땀 빼면서 운전했다. 잘못했다가 굴러 떨어지면 치명상!
tag: stuck_in_road
여기가 그 중앙선 없는 좁은 도로... 차 은근 많이 지나다녀서 운전하기 굉장히 피로함.
좀 더 가다보면 미친듯이 경사가 급한 길이 나온다. 마쓰다2 (100마력) 차로 못 올라가지 않을까 걱정이 될 정도였다. 스트리트 뷰에서 사진 빌려왔는데 사진으로는 실제 체감이 얼마인지 느낌이 잘 안 오네...
아무튼 rpm 4천 넘게 쓰면서 열심히 올라가니
이런 경치가 나온다.
차 열기 식히는 척 본넷 열면서 속살도 구경해주고~
왼쪽에 홋타라카시 온천 입구. 온천 표는 자판기에서 팔고 있다. 대인 1장 사서 카운터에 내면 된다. 가격은 800엔.
들어가면 이 광경 그대로를 볼 수 있는 노천탕이 나온다. 오길 잘했다 ㅎㅎ. 사진은 찍지 말라고 써져 있어서 다른 분들 사진을 참고하시길!
대충 들어가서 한시간 정도 멍때리다가 밥시간도 되었겠다, 바로 옆에 음식점이 있어서 텐동 하나 시켰다. 괜찮게 먹었긴 한데 내용물이 좀 부실한 듯.
밥 먹고 안 사실인데 옆쪽에 카레 음식점 (키마구레텐)이랑 다른 온천이 하나 더 있다 (앗치노온센). 그러니까 홋타라카시 온천이 사실은 두개였던 거다! 처음에 왜 입구가 하나 더 있지 하고 매표소한테 차이가 뭐냐고 물어보니까 주차장 입구쪽 온천이 더 넓은 대신 여기는 아늑한 게 장점이라고 하더라. 실제로 구글맵 줌인해서 보니 두 지점이 다르게 찍힌다. 온천을 굳이 두번할 필요는 없을 것 같아서 약간 고민하다가 그냥 내려가기로 했음.
다시 가파른 경사, 비좁은 길을 지나 가와구치코로 돌아가서 갈 곳은 후지산 5번째 휴게소. 차로 가장 높이 올라갈 수 있는 곳이다.
후지산 유로도로 입구목에 톨게이트가 있는데, ETC 안 받는댄다. 그리고 가격이 더럽게 비싸다. 2100엔이라고 하더라. 처음에 듣고서 귀를 의심했는데, 비슷한 사람이 많았는지 프린트로 아예 붙여놨더라 😅. 비싼 2100엔을 지불하고 올라가기로 했다 흑흑…
올라가고 얼마 안되어서 제1 휴게소가 보인다. 여기만 해도 해발 1300M이다. 근데 여기 자전거로 올라가는 사람도 있더라. 실화냐.
올라가는 길에 고라니도 있더라. 길도 전반적으로 직진하다가 커브트는 그런 느낌의 와인딩 코스다. 더도 덜도말고 딱 강원도 산길 와인딩 하는 기분이라 굉장히 재밌다. 차도 15000km 신컨디션 소형차라 굉장히 찰짐. 즐겁다!
20~30분 열심히 밟으면서 올라가다 보니 목적지인 5번째 휴게소에 다다른다. 여기도 단체관광으로 온 중국인들이 바글바글하다. 막 올라갔을 때는 구름이 정점이라서 정말 주변 풍경이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아래서는 날씨가 밝았는데… 날을 잘못 고른 듯 ㅠ
가와구치코 근방 자체가 고지대인지 좀 선선한 느낌이었는데 후지산 2300m는 선선하다 못해 춥다. 아래 20도 근처일때 여긴 5도임.
다행히 시간이 조금 지나니 그래도 아랫쪽 구름은 걷히더라. 산 위쪽에만 구름이 끼었을 때 날씨가 이렇지 않을까?
이제 볼만큼 봤고 내려갈 시간이다. 대충 반납까지 1시간 반정도 남았는데, 약간 일찍 반납할까 고민하다가 야마나카 호수 구경이나 해보기로 했다.
유로도로를 이용하면 조금 더 빨리 갈 수 있다고는 하는데 일본 유료도로는 너무 비싸… 국도로 열심히 달린다.
야마나카 호수를 처음 들리자마자 보이는 건 드넓은 호수와 함께 보이는 오리보트.
렌트카(7700엔) 오리보트(8000엔)보다 싸다!!
반대편에 괜찮은 사진 스팟이 있다고 해서 좀 더 가보기로 한다. 장소이름은 平野の浜(평야의 해변) 이라고 한다.
와보니 진짜 미친듯이 탁 트인 광경에 잠깐 할말을 잊었다… 폰카로 이 광경이 완벽하게 담기지 못할것 같은게 참 아쉽다. 새 지저귀는 소리도 어디 다큐멘터리에서나 나올법한 소리가 남. 이런데에서 사는 것 자체가 축복이 아닐까 싶다.
돌아가는 길은 겁나 밀리더라. 아마 퇴근길 시간이랑 겹칠 때가 되어서 그런거 같다.
주유소 가서 기름을 넣는다. 일본 주유소는 대충 에네오스(ENEOS) 찾아가면 된다. 빨간색 일반유 넣으면 반납 준비 완료.
주유구가 이차는 왼쪽에 달려 있어서 오른쪽으로 가려고 하니까 뒤로 가라고 직원분이 열심히 수신호 날리심. 일본 주유소는 직원이 넣어주는 줄 알았는데 여긴 셀프더라. 카드도 안 된다고 들었는데 여긴 잘 되네?
차 상태 대충 점검받고 이상무 확인받고 반납을 마친다. 오늘도 안전운전에 성공하여 굉장히 뿌듯한 기분이다. 그리고 좋은 차 빌려줘서 감사합니다.
가는길에 보는 그 띵차 랜서
그래도 아직 가야 할 곳이 있다. 슬슬 해가 저물 시간이니 다시 아라쿠라야마 센겐 공원으로 이동한다. 차를 반납했으니 이번에는 로컬 전철을 타고 간다.
일본의 지하철에는 어김없이 그 특유의 광고가 있다. 근데 저거 플레져 포레스트 & 아이카츠 콜라보인거 같은데... 찾아보니까 플레져 포레스트는 작은 사진에 보이는 놀이기구로 보인다. 근데 저거랑 아이카츠가 무슨 상관일까.
왜인지 많은 사람들이 좋아한다는 철길 사진 저도 한번 찍어봤습니다. 날씨가 마음에 안 드네.
저녁을 아직 못 먹어서 배가 너무 고팠는데, 이놈들 시골동네 아니랄까봐 음식점들이 무슨 저녁에 영업을 다 안하더라. 😨 음식점 두세군데 찾아 돌아다니다가 포기하고 아이스크림 자판기가 있길래 이거랑 프로틴바랑 먹는 걸로 합의했다. 아이스크림 자판기가 있는 건 신기하네.
그리고 다시 센겐공원으로 이동.
역시, 기대를 져버리지 않고 멋진 야경이 나왔다.
거대한 도리이
시모요시다 초메쪽으로 내려와봤다. 여긴 밤 야경이 예쁘지는 않은 듯. 후지산도 안 보이니 당연한 건가… 그래도 찍고보니 나름대로의 운치가 있긴 하다. 아 근데 폰카메라는 확실히 밤사진 한계가 있네. 빛이 너무 번져 나온다 :/
시무룩하게 돌아다니다가 스-프를 파는 집이 있길래 왔더니, 대구탕 스프였다. 혹시나 했더니 역시나, 한국인 아주머니가 운영하시는 음식점, 이거 귀하네요 😅. 살짝 어색한 분위기에서 순두부찌개(수프)를 시켜 먹었다.
숙소에 잠깐 들러서 짐 좀 풀고 다시 가와구치코 호수를 보러 이동한다. 정확한 목표지점은 야키자키 공원. 걸어서 30분이라, 이미 하루종일 걸은 상태라 쉽지 않을 것 같다.
가와구치코 호수 자체는 금방 볼 수 있다. 저 멀리 가와구치코 다리가 보이는데, 수수하게 생겼다. LED라도 팍팍 달아주지 조금은 아쉽네.
찍고 보니 색조가 너무 구리다. 보정해도 답이 없는게 사진 망한 듯 ㅠ.
이제 열심히 걷자.
아래 산책로가 있는 모양이다. 근데 너무 어두워서 갈 엄두가 안 났음. 폰으로는 후보정이 엄청 잘 됐는지 다 보이네...
열심히 걸어 야키자키 공원에 도착하니 어느새 밤 12시다. 밤 12시가 되는 순간 일제히 조명들이 다 꺼진다. 정말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상황. 진짜 음산함 그 자체다 ㅋ... 사진은 30초 장노출줘서 찍은 사진.
이제 다시 열심히 걸어서 되돌아가자.
걷다보니 가와구치코에 걸맞지 않게 엄청나케 큰 드럭스토어 (쿠스리노?)가 있어서 잠깐 들렀다. 동전파스 있냐고 물으니까 못 알아듣고, 로이히쯔라고 이야기 하니 아아~ 하면서 안내해주더라. 덕분에 의도치 않게 원하는 기념품을 구했다. 다만 거기 점원이 자꾸 왕창 사라고, 면세해준다고 귀찮게 군다. 아니 어떤 놈이 파스를 5500엔 어치를 사요…
돌아가니 12시 40분쯤 되었다. 편의점에서 매번 일본 올 때마다 샀던 레몬 맥주를 또 샀다. 까먹으니까 미친듯이 졸려서 그대로 쓰러져 잤다. 이걸로 이번 여행 가장 고비인 이틀째 일정을 무사히 완료.
오늘의 타임라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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