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가다 상대에게 무슨 책을 읽었냐고 질문하거나, 질문을 받은 적이 있을 것이다. 왜 그런 걸까? 예전에는 몰랐지만, 지금 생각해 보면 아마 읽는 책을 통해서 어떤 것을 추구하는 사람인지 알고 싶어서 그런 게 아닐까 싶다. 그렇다면 아무 책도 안 읽는 사람은 어떻게 말할 수 있을까? 아무 책도 안 읽는다고 해서 아무런 것도 안하는 것은 아니다. 비슷한 매체의 소설, 영화, 하다못해 SNS나 커뮤니티를 하기도 할 것이다. 이러한 일련의 모든 활동은 감정과 정보를 주고받는 중요한 활동이다. 커뮤니티도 생각해보면 그러하다. 굉장히 “하등”문화 취급받는 게임 커뮤니티도 결국은 그 안에서는 최적의 효율에 대한 공유, 하다못해 세일 정보와 같은 유용한 신변잡기들도 종종 볼 수 있으니 아주 틀린 말은 아니다.
다시 본론으로 돌아와, 사람들은 무엇을 책에서 기대하고 싶은 걸까. 흔히는 찾고자 하는 정보, 잘 알고 싶은 정보가 있어서 책을 읽는다 — 어릴 때부터 많이들 사는 수험서, 자격증시험, 나이가 더 들어서는 투자 상식 등의 책을 살 것이다. 혹은 재미를 위한 서적 — 만화, 소설같은 책을 사서 보기도 한다. 혹은 자신이 동경하는 인물에 대한 책을 사서 보기도 한다 — 이를테면 자기개발서.
물론 나도 그렇다. 주로 공부 목적으로 수험 서적 같은 책을 많이 샀고, 일을 하고 나서부터는 엔지니어링 관련 서적을 주로 읽게 되었다. 가끔가다 취미 서적(만화, 악기 등)을 몇 권 보기도 하고. 이것들은 주로 무언가를 잘하기 위해서, 알고 싶어서 읽는 것이다. 하지만 요즘은 비슷하면서 다르다. 여전히 내가 얻지 못한 정보를 얻기 위해, 내가 부족한 부분을 해결하기 위해 책을 읽는다. 보다 정확히는 “내가 경험할 수 없는, 부족한 것, 가지지 못한 것들”에 대한 것을 다룬 서적을 찾는다. 엔지니어링 — 구글 엔지니어들은 어떻게 일하는가, 내가 구글에서 일할 수 없다는 걸 알고 있기 때문. 하다 못해 구글에서 일하는 훌륭하신 분들과 말을 섞어 볼 기회가 많지 않다. 책을 읽음으로서 그와 동등한 기회를 가질 수 있다면 생각만 해도 엄청나게 귀중한 경험이 아니겠는가? 최근에는 화법이 너무 나쁘다는 것을 인지하고, 말을 예쁘게 하기 위해 화법 교정 서적이나, 감성대화 방법과 같은 책들을 읽고 있다. 마찬가지로 화법을 교정해 줄 사람이 없는 이유이다. 자기성찰이 필요한 분야기도 하고, 누가 굳이 스트레스 받아가면서 남 화법 고쳐주려 하겠는가! 최근에는 투자에 대해서 기본 상식이 좀 부족하다는 걸 느껴서 주식, 부동산 관련 서적도 찾아보고 있고, 실제 어떤 동향으로 가고 있는지도 공부해보고 있다. 주변에 관련하여 잘 아는 사람이 없기 때문에, 나에게 책은 스승이나 다름없다.
이처럼 책은 단순 정보를 전달해주는 매개체를 넘어 내가 경험하지 못한 이야기를 듣게 해주고, 나에게 부족한 걸 채워주는 좋은 매개체다. 그리고 책은 인터넷의 정보와는 또 다른 질적의 차이가 있다. 검수를 받고 나온 글들은 보통 훨씬 구체적이고 검증된 이야기들을 담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한 가지 아쉬운 것은 어떤 책들을 내가 찾아다녀야 하는지 아무도 알려주지 않는다는 거다. 오롯이 나만이 경험하지 못한 것과 부족한 점을 찾아야 하는 것이고, 그래서 내가 내 스스로를 성찰해야 하는 것이 또 중요해진다. 이 점에서 조금이라도 도움을 받고자 독서 동호회 같은게 있는 것이 아닐까 하고 이제서야 이해를 해본다.
위에서 쓴대로 이미 여러 책들을 읽고 있고, 여전히 읽어볼 책이 아직 한참 많지만, 그럼에도 내가 어떤 책을 읽어야 할까에 대한 질문을 계속해본다. 가급적이면 더 늦기 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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