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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2. 24. 19:46 - lazykuna

제주도 여행기

몇년간 일만 열심히 하느라 거의 번아웃 상태기도 하고, 코로나 이후로 여행 간지 오래 되었기도 하고, 이직하는 동안 잠깐 시간이 남는 것도 있어 여행을 결심하게 되었다.

여행 코스

3박 4일로 느긋하게 일정을 잡았지만 저렴이 비행기표를 예매하려고 노력한 덕분에 사실상 3일짜리 일정을 잡게 되었다.

으레 제주 관광객들이 그렇듯이 반시계 방향으로 돌려고 했다. 첫날은 서부, 둘째날은 한라산, 셋째날은 동부로 일정을 잡았다. 하지만 둘째날 예상치 못하게 눈이 내려서, 둘째날 동부 셋째날 한라산으로 루트를 변경했다.

뭐든 건 목표가 있어야 재밌다. 일단 이번 여행에서 목표했던 건 이 정도였다.

  • 우도
  • 한라산
  • 슈슉슈슉 돌하르방
  • 국룰음식 먹기(고기국수, 해물라면, 흑돼지 등) 그리고 괴상한 맛집 찾아가기

모든 여행은 제일 싼 비행기표를 찾아보는 것으로부터 시작된다. 약간은 시기가 늦었지만, 3주 전 쯤 비행기표 잡고, 숙소 잡고, 렌트카 잡는 일을 차례대로 진행했다.

내가 처음으로 기획하고 떠나는 첫 여행이다. 지금까진 인복이 좋아서였을까, 다른 사람들이 여행가자고 하면 나는 내 짐만 싸면 되었다. 하지만 언제까지나 그럴 수만은 없지 않는가?

이번엔 내가 홀로 찾아가는 여행이었다! ... 였지만 부모님 모시고 가게 되었다 ㅡ,ㅡ; 효자코스프레 해드릴 겸사겸사면 뭐,,, 괜찮겠지,,,

출발

비행기를 싼걸 하다 보니 6:45 분 비행기가 잡혔다. 그런데 이 시간은 김포공항에 공항버스를 타고 갈 수가 없는 시간이다.

차를 끌어야 하는데, 김포공항 주차장 무지막지하게 비싸다 😨 4일 주차하고 나면 저공해 할인 받아도 6만원...

조금 더 찾아보니, 으레 알려진 꼼수 중 하나가 계양역에 차를 대고 공항철도를 이용하는 방법이 있다고 하더라. 그러면 주차요금이 대충 3만원 선으로 정리가 된다. 이 정도면 나쁘지 않은 딜이다.

문제는 공항철도 첫 차 시간인데, 5:35분이 계양역의 서울역행 첫차고, 김포공항까지는 약 6분이 걸린다. 출발까지 1시간 정도 남아있는 건데, 이 정도면 나쁘지 않을 거라고 생각해서 이렇게 하기로 모험을 결정했다.

4:30분쯤 집을 나왔는데, 차가 하나도 안 밀려서 계양역에 5:00시에 도착, 김포공항 5:45분 쯤 도착 후 수속과정 다 마치니 3~40분 정도 남았다. 이정도면 여유롭군!

노천탕

나는 노천탕을 좋아한다. 일본여행 자주 간 이유중 하나도 노천탕 하려고 간 것도 있다. 상반신은 차갑고 몸은 뜨끈한 상태로 있으면 이게 천국인가 싶더라~

첫날 거의 밤을 새다시피해서 몹시 피곤한 상태였는데, 산방산탄산온천 이라는 곳이 있다고 하더라. 노천탕에 혹해서, 바로 피곤한 몸을 이끌고 갔다.

비프리투어에서 빌려온 이미지입니다, 실제 보이는 모습과 제일 흡사할 듯

노천탕은 맞다. 한국에서 이 정도 노천탕 맛볼 수 있는 게 어딘가 싶긴 한데, 일본 노천탕 맛은 안 난다... 조용한 게 또 노천탕 맛인데, kpop 시끄럽게 틀어놓고 사람도 바글바글한게 미묘하게 좀 아쉬웠다.

가격도 상당히 비싸다. 일반 입장비가 네이버페이로 결제하면 만원인데, 노천탕 가겠다고 하면 7천원을 더 받는다... 어지간히 비싸네...

오히려 별 기대도 안 하고 온 탄산온천이 더 기분 좋았다. 진짜 탄산수 냄새가 난다. 물도 미지근한데 이상하게 기분 좋더라.

다음에 또 온다면, 노천탕은 안 갈것 같다. 탄산온천은 한 번 해볼만 함.

숙소

서귀포시의 퍼스트70 이라는 곳에서 주로 묵었다.

아무래도 숙소가 구리면 여행 전반적인 질이 많이 떨어지기에 최대한 신경 많이 쓰면서 봤다.

  • 위치 확인
  • 다른 사이트에서의 평가 확인 (블로그 글이나, 지도앱의 리뷰도 같이 확인)
  • 예약 사이트에서의 평가 확인 (냄새, 청결도, 층간소음, 인테리어, 부대시설 등)

내가 예약한 방은 오션뷰였는데, 아무래도 저렴이 호텔이라 넓진 않았지만 인테리어도 깔끔하고 화장실도 넓고, 3성급 중 감히 최강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오션뷰가 진짜 좋았다. 별 거 아닌데 밤에 맥주 한캔 까고 창틀 보고 있으면 괜히 기분 좋아지고, 아침에도 멍때리며 보기 좋았다 ㅋㅋ.

우도

이전에 우도 간 적이 있었는데, 차로 도는 건 별로 감흥이 없더라. 자전거를 대여할 수 있다기에, 자전거 빌려서 우도 한바퀴 도는 것이 목표였다.

카페리가 목표가 아니라, 차는 적당히 주차장에 세워놓고 몸만 갔다.

우리가 탈 배가 저기 있다.

섬에 도착하면 전기자전거 대여 할 수 있는 곳들이 바로 보인다. 근데 좀 비싸다. 2만원이나 받는다 😒. 그런다고 안탈 것도 아니라, 곱게 주고 타기로 했다. 전기자전거들은 뭔가 기존 자전거들을 약간 개조한 형태 같이 보인다. 그게 더 싸게 먹혀서 그랬을까?

아주 대단하게 볼 게 있는 건 아니지만, 섬마을 특유의 정취와 이국적인 풍경을 만끽할 수 있는 걸로 충분했다.

타코

우도에서 밥을 먹을 생각으로 왔기에 적당히 해물라면이나 먹을까 했는데, 뜬금없게도 타코집이 우도에 하나 있었다. 평점도 이상하게 좋더라.

본래부터 타코를 좋아하기에, 주저하지 않고 바로 픽했다 😋

딱히 흠잡을 데 없는 맛이었다. 새우도 좀 넣고 흑돼지니 뭐니,, 잘 모르겠지만, 아무튼 우도 느낌이랑 타코랑 어찌어찌 좀 섞어보려고 한 것 같았다. 맛있었으니 오케이입니다~

우도 다 돌고 나니 의외로 하루가 다 가더라. 성산일출봉도 올라가려 했으나 시간상 무리라 판단되어, 섭지코지만 간단히 다녀오고 하루 일정 끝.

한라산

2월 말이라 한라산 눈이 다 녹진 않았을까 걱정했는데, 기우였다.

일단 1100 고지로 차를 끌고 올라가 봤다.

평일인데도 사람이 미친듯이 몰려서 도로가 혼잡했다. 구름이 다소 낀 날씨였는데도 불구하고 눈 때문에 너무 눈이 부셔서 눈 뜨기가 힘들었다 😂

등산로가 없길래, 찾아보니 지정된 탐방로가 5군데 있더라. 그 중에서도 정상을 갈 수 있는 곳은 성판악과 관음사 두 곳으로 한정되어 있고, 입산 가능 시간도 대부분 12시 안으로 지정되어 있어 부지런히 움직여야 했다.

일단, 1100 고지에서 어리목탐방로로 이동해서 올라가기로 했다.

그런데 아이젠을 안 신고 설산을 올라가는 미친 기행을 저질렀다. 죽고싶지 않으면 겨울 한라산 올라갈 때는 얼굴 방한도구, 장갑, 아이젠 3종 세트 무조건 챙겨가라. 선글라스도 챙겨가라.

어리목 탐방로 초반은 내 기억대로 꽤 가팔랐다. 겨울이라 더 힘들다. 아이젠 없으면 미끄러워서 올라가지 못할 수준이다.

어찌어찌 올라가면, 갑자기 하늘이 탁! 트이는 곳이 나타난다. 여기부터가 진국이다.

겨울 한라산 기대는 하고 있었는데, 이런 이국적인 모습을 볼 수 있어서 너무 좋았다 ㅎㅎ. 잘 온 것 같았다.

다만 내려갈 때 죽을 각오를 하고 내려올 수밖에 없었다. 내려오는 내내 슬라이드 타면서 내려왔는데, 이거 ... 아이젠 두번 챙겨오자... 덕분에 다음에 겨울 산 오를 때 준비는 철저히 할 수 있겠다.

렌트카

내가 차를 좀 좋아하기 때문에, 아무래도 여행에서 렌트카 이야기가 빠질 수가 없다.

나는 스팅어 2.0T 를 빌렸다. 일단 생긴게 완전히 내 마음에 들었고 ㅎㅎ, , 진지하게 다음 차로 알아보고 있기도 해서 겸사겸사 골랐다.

빨팅어가 왔다. 너무 튀어서 약간 이질감이 있을줄 알았는데 막상 타고다니니 이쁘더라.

섭지코지에서 이쁘게 찍어 줬다.

  • 반자율주행 있다가 없는 거 타니 생각보다 역체감 심하다. 그랜저는 살살 졸면서 몰았는데 스팅어 똑같이 몰다가 사고날 뻔 ㅡ,ㅡ;
  • 깡통옵션 힘들다. 오토홀드도 없고 전면센서도 없고, 역체감 너무 심해!
  • 2.0T 터보렉 진짜 심각하다. 일단 속도 붙으면 100km 근방서도 힘 잘 붙긴 하는데, 처음 출발할 때 터보 안 돌 때 진짜 힘이 없다. 괜히 제로백이 케파랑 비비는 게 아니다. 아무리 도심서 타고 다닐거 생각해도, 터보렉 붙을 때 느낌이 또 불쾌한 게 있어서 3.3T 무조건 타야할 듯.
  • 팅어도 분명히 컴포트 성향이긴 한데, 미묘하게 그랜저의 편안함에는 못 미친다. 왜일까... 시트도 더 괜찮은 것 같은데...
  • 이유는 모르겠는데 액티브 엔진 사운드 미묘하게 거슬린다. 차라리 세타엔진의 경박한 엔진음이 더 나은 지경. 왜지...?

막상 타 보니 전반적으로 뽕이 좀 빠지는 느낌이었다. 그래도 2.0T는 걸러야겠고, 옵션도 뺄 수가 없을 것 같다는 중요한 교훈을 얻었다.

아무래도 이거 타던 그랜저ig 계속 타고 다닐 느낌이다 😂

정산

  • 비행기표 약 10.8 * 3 = 32만원
  • 숙박비 7 * 2 + 5 = 19만원
  • 렌트카 비용 22만원
  • 식비 약 24만원
  • 자전거 대여비 4.5만원
  • 주차비 3.2만원 + a = 대충 4만원

대략 100만원 가까이 나왔다. 3인 치고는 식비가 조금 덜 들긴 했는데... 혼자갔어도 해봐야 30만원 정도밖에 더 못 아꼈을 듯.

숙박비를 좀 더 투자할 걸 그랬다. 괜찮은 호텔에서 이틀 지내보니 괜히 호캉스라는 말이 있는 게 아니구나 체감할 수 있었다. 집보다 안락하고 밤 남는 시간에 오션뷰 보면서 맥주 마시며 노트북 하고 있으니 이게 인생이구나! 싶었다 ㅋㅋ. 특히 마지막 호텔은 너무 구려서 역체감이 느껴진 것이 더더욱 후회스러웠다.

아무튼 내 스스로 여행해보기를 해냈다는 점과 오래전에 갔던 추억의 장소들을 다시 되짚어 볼 수 있었다는 점, 너무 좋았다. 돈 쓴게 아깝지 않은 오래간만의 리프레시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