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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3. 1. 20:02 - lazykuna

인생 처음으로 써 보는 Macbook, 그 후기

14” M1 Macbook Pro, 32GB RAM, 512GB Storage

회사에서 mac으로 개발환경이 맞춰져 있어, 평생 맥과는 접점이 없을 줄 알았던 나도 맥북을 쓰게 되었다. 그 전에는 주로 윈도우 혹은 리눅스를 주로 이용하였다.

mac/iOS에 열광하는 사람들이 있고, 그런 사람들을 흔히 비하하는 표현으로 “앱등이"라고 부르곤 했다. 똑같은 작업을 훨씬 더 싼 기기를 이용해서 할 수 있는데 왜 그렇게 집착을 하는지 이해할 수 없어 생겨난 대립관계일테고, 나 또한 그러한 자들의 생각에 어느정도 동의를 하고는 있어서 (ㅎㅎ;) 맥을 굳이 쓰지 않았다.

이제 나도 그들이 쓰던 물건을 똑같이 쓰게 된 셈인데, 느낀 바가 있어 글을 쓴다.

할 수 있는 일에는 큰 차이가 없다

이건 팩트다. 문서 작성이든 개발이든 윈도우나 맥이나 뭐... 거기서 거기 아닌감...

윈도우 같은 경우는 WSL 들어오면서 Unix 개발환경 꾸리기가 몹시 좋아졌다. 굳이 대안으로 리눅스 고집할 필요도 없어졌고, 꼭 맥을 쓰지 않아도 된다.

어지간한 노트북들 터치패드도 예전과는 달리 감도가 꽤 좋아졌고 제스처도 이리저리 지원하고 있으며, 윈10 이후로 멀티 테스크톱도 지원하고 있어 솔직히 작업환경의 쾌적함이 그렇게 큰 차이가 나지는 않는 것 같다.

다만 적응의 문제가 좀 있다

마우스 스크롤 방향 다른건 짜증나고, Function키는 먹는게 하나도 없다. 전체화면 F11은 Ctrl+Cmd+F로 써야 되고, 복붙할때 소지+검지 쓰던걸 이제는 엄지+검지로 써야 하고, M1 칩셋/잠자기/외장모니터 관련해서는 뭐 이렇게 버그가 많은지...

그래도 적응 자체는 그래도 금방 할 수 있었고, 아주 치명적인 문제도 딱히 없었던 것 같다. 적어도 지금까지는 윈도우에서 할 수 있는 것들은 맥에서도 똑같은 느낌으로 다 할 수 있었다.

(220302 추가) Logitech Master MX 3 마우스 기준으로 invert scroll 옵션을 마우스 자체에서 설정할 수 있었다. OS 자체의 불편함을 소프트웨어가 커버해주네... 화면 누래지는 건 버그가 아니라 Truetone 때문이었다. 옵션을 켜면 노트북 메인 화면 말고도 외장모니터에도 적용되더라. 아무래도 외장모니터에 꽃아서 업무 보는 경우가 많아서 난 끄고 써야 할 듯...

익히 알려진 맥북의 장점들

익히 알려진 맥북의 장점이라면 역시 “감성"이 아닐까? 풀어서 생각해보면,

  • 전반적으로 부드러움이 느껴지는 UX
  • 튼튼하고 완성도 높은 통짜 알루미늄 커버 (근데 맥북프로는 좀 뚱뚱한게 못생겼네...)
  • 기분좋고(?) 탄탄하고, 본체가 들릴 일 없는 노트북 힌지.
  • 비교를 불허하는 미친 공간감의 스피커
  • 훌륭한 디스플레이
  • 오래가는 배터리 ... 요즘은 다른 제조사들도 오래 가는 편이라서 다소 퇴색된 점이 있긴 하다. 그래도 독보적으로 오래 간다.
  • 탄탄한 키보드와 터치패드

나머지 뭐 이것저것 있을텐데 - 특히 기기간의 클립보드 공유나 에어드랍이라던가 - 뭐 근데 그것도 윈도우에서도 다른 형태로 그럭저럭 잘 썼기에 그렇게 크게 와닿지는 않았다.

(220303 추가) 어쩌다가 이전 세대의 맥북프로(터치바 있는 모델)를 만져볼 기회가 있었는데, 생각보다 키감이 너무 안 좋았다. 키보드 반발력이 거의 없이 바닥에 치는 느낌? 터치바와 일체감을 느끼게 하려고 이렇게 만든 건가? 아무튼, 맥북의 익히 알려진 장점 중 하나가 이전 모델에서는 빠졌었구나 싶었다. 이번 맥북프로가 더욱 빛나는 이유 중 하나일 듯.

미친 수준의 배터리 시간

노트북을 쓰면 배터리 걱정을 안 할 수가 없다. 충전기를 안 가지고 온 날이면 노트북 성능을 최대 절전 상태로 변경하고, 화면 밝기 낮추고 하면서 4시간 버티면 잘 버텼던 기억이 난다.

요즘은 그래도 다들 훌륭한 러닝타임을 보여주지만 그 중에서도 맥북의 배터리 시간은 꽤 오래간 편으로 기억하고 있다. 그런데 이번 맥북프로는 훌륭한 수준을 넘어 압도적이다. 충전기 없이 하루 종일 써야 배터리를 소진시킬 수 있었다.

충전기를 들고 나오지 않아도 배터리 걱정이 없는 노트북이 벌써 나올 줄이야... 충전기로 고통받아봤던 사람들이라면 이건 정말 강력한 메리트가 아닐 수 없다.

노트북이 조용하네?

이전에 쓰던 ASUS Zenbook은 저전력 보급형 U시리즈 CPU를 사용했음에도 불구하고, 노트북을 막 기동했을 때나 부하가 조금 가해질 경우에 어김없이 이륙하는 소리가 나곤 했다.

하지만 M1 맥북프로는 익히 알려진대로 저전력/고성능 등의 요소를 모두 잡아서 꽤 조용하다. 본래 맥북도 부하 없으면 조용했을 거라 생각하지만... 아무튼 조용해서 온전히 일에 집중할 수 있는 점, 별거 아닌데 은근히 큰 만족감을 준다.

(220303 추가) 빌드 풀로 때리니 시스템이 버벅거리기도 하고 팬도 돌긴 도는데, 힌지쪽에 귀를 갖다대야 들리는 수준이었다. 팬이 있긴 있구나 싶었다. 다른 노트북 같으면 비행기 이륙하는 소리가 났을 텐데, 놀랍다! 들리는 말로는 팬을 최대한 억제하다가 특정 온도(80도?) 이상 도달하면 최대 속도로 시끄럽게 팬이 돈다고 하는데, 그러한 상황까지 간 적이 없다.

생각 이상으로 눈이 편하다

이거 생각보다 큰 장점이었다. 근데 왜 그럴까? 몇가지 든 생각들을 써 봤다.

  • 일단 디스플레이가 생각 이상으로 쨍하다.
    • Retina의 초고해상도와 강력한 명암비의 맥북프로 디스플레이를 통해 글자를 보는 게 다른 모니터로 보는 것보다 훨씬 피로도가 적은 느낌이 든다. 본래 컴퓨터에 쓰던 싸구려 32인치 모니터를 sub display로 쓰고 있는데 두 모니터의 화질 차이가 아주 크다.
    • 기존 노트북과의 화면 차이도 꽤 크다. 검은 배경에 흰 글씨의 터미널 화면이 이렇게 깔끔하게 보이는 건 살면서 처음이었다.
    • (220312 추가) 명암비가 압도적이다. 고명암을 구현하기 위해 저반사를 포기하고 고반사 필름을 썼다고 하는데, 처음에는 잘 몰랐는데 쓰다 보면 "아 이게 명암비구나" 싶은 생각이 들 때가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게 결정적인 요인인지는 잘 모르겠다. 글자의 안티앨리어싱에 들어간 미묘한 표현에도 영향을 주어서 그런 걸까?
    • 어디선가 봤었는데, 화면이 작아도 해상도가 크면 눈이 느끼는 피로감이 덜하다고 한다. 물론 PPI는 적정 수치여야 하겠지만. 그러한 부분에서 오는 영향도 있지 않을까? 관련 링크.
  • 맥북 특유의 전체화면 UI가 생산성을 올려주는 느낌이다.
    • 윈도우는 프로그램을 전체화면 시키고 그 위에 다른 앱을 또 띄우는 게 가능한데, 이러면 정보를 찾기 위해 다른 창을 뒤지는 작업을 추가로 해야 하고, 그러다 보면 정신이 굉장히 산만해지는 걸 종종 느꼈다.
    • 맥북은 전체화면을 하면 아예 다른 프로그램을 그 위에 못 겹친다. 대신, 전체화면이 된 프로그램이 새로운 데스크톱을 차지하게 되고, 터치패드 제스처를 이용해서 다른 창(또는 데스크톱)으로 이동할 수 있다. 쓰고나서도 윈도우랑 별반 차이 없는 것 같은데 막상 써보면 정말 편리하다. 서류를 손으로 슥슥 치우며 작업하는 느낌과 유사하기 때문에, 작업하는 데 익숙함을 느끼게 되어 그런 걸까..?

눈이 편하니까 작업이 잘 된다. 집에서는 조금만 글을 읽고 써도 피로해서 나가 떨어졌는데, 맥북프로로 하니까 체감되는 피로감이 너무 다르다 -_-;;

맥북의 이러한 생산성을 향상시켜주도록 하는 점은 단순 숫자로 보여지는 스펙으로는 환산될 수 없는 요소인 것 같다. 물론 M1 자체의 스펙도 더할 나위 없이 훌륭하다.

USB 3.1이 가져다 주는 편리함

이건 비단 맥북만이 주는 매력은 아니고, 아마 노트북의 세대가 바뀌면서 생긴 장점일 것이다.

USB 허브 포트 하나만 꽃으면 충전부터 마우스/키보드 연결, 디스플레이 연결까지 다 된다. 심지어 일부 모니터는 모니터 자체가 충전기/USB 허브의 역할까지 다 할 수 있다. 이를테면 이 모니터.

출근할 때, 집에왔을 때 작업환경 세팅하려고 잔뜩 꽃고 선배치 하느라 에너지 쏟을 거 없이, 선 하나만 꽃으면 모든게 끝나는 거 처음 겪으면 감동이다. 아마... 이전으로 못 돌아갈 것 같다.

 

몇개 앱이 없거나 / 유료네

(220312 추가) 압축파일을 여니까 윈도우 때처럼 아카이브 파일이 열리는 게 아니고, 바로 압축을 해제시켜 버린다. 음...?

언제나 했던 것처럼 모 소프트웨어를 받아서 설치하려고 하는데 어... 유료네? 아이패드도 메모앱 유료라 직접 샀던 기억이 떠오른다. 이상하게 애플 기기만 쓰면 똑같은 걸 해도 돈이 더 든단 말이지... 물론 해당 소프트웨어는 제가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있어 구매했읍니다 ㅎㅎ

없는 것도 종종 있다. 간단한 건 만들어 쓸만 한데... 아... 만들어야 하나? -_-;;

근데 어차피 맥북으로 개발 위주로 할거고, 개발관련 툴은 정말 착한 사람들이 다 공짜로 뿌리고 어지간한 건 다 있다. 따라서 이게 그렇게 큰 단점은 아니라고 생각함.

배터리가 없어도 온전히 발휘되는 성능

(220420 추가) 솔직히 말해서, 보통 우리가 기기의 성능을 이야기할때는 최대 성능에 대해서 이야기한다. 하지만 최대 성능이 언제 발휘되는지는 생각해보지 않는다. 하지만 보통 표기되는 노트북(을 포함한 모바일기기) 최대 성능은 충전기를 꽃았을 때 나오도록 되어 있다. 왜냐하면, 기기가 최대 성능을 발휘하기 위해서 소모하는 전력량을 배터리만으로는 오롯이 충당하기 어렵기 때문에...

하지만 맥북은, 특히 이번 M1의 경우는 배터리가 온전히 풀-로드 상태에서의 전력 부하를 견뎌낼 수 있다. 즉, 외부 전원 없이도 제 성능을 다할 수 있다. 이거 은근히 큰 게 전원 빼면 컴퓨터가 느려 터지는 경우가 은근 많기도 하고, 보통 노트북을 들고 다니면서 쓰려고 사는 거니까, 수치상으로 확인하기도 어렵고 인지하지도 않지만 생각해보면 꽤나 중요한 요소이다.

실제로 충전기 안 꽃고 빌드 갈구고 IDE툴 동시에 돌리면서, 유튜브로 영상보며 인터넷으로 정보 검색해도 성능이 오롯이 나오는 느낌이다. 생각보다 이런 조건 하에서 랩탑으로 이런 성능 나오기가 쉽지 않다.

위 사진의 벤치마크 결과에서도 (출처: Created Tech 유튜브 채널) 압도적인 결과를 확인할 수 있다.

나는 애플빠가 될 것인가?

  • 생산성 측면에서: 맥북프로의 압승을 인정합니다.
  • 가격: 명백히 비싸다. 무난하게 작업할만한 저렴한 아숫스 노트북 3대는 살 무서운 가격...
  • 근데 따라올 경쟁모델 자체가 전무하고, 데스크톱 수준의 성능을 내주는 걸 감안하면 아주 납득이 안 가는 것은 또 아님.

아직은 또 사라고 했을때 살 거냐고 묻는다면 약간의 거부감이 있다. 왜일까? 아마 강력한 가격 때문이 아닐까? 이젠 돈을 충분히 버니까 돈 쓰는데 거부감이 덜해졌지만, 여전히 소비성 재화인 노트북에 300만원 태우는 일은 쉽게 결정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OS 때문에 마음 한 구석이 걸리는 건 아닐까? 그것도 없잖아 있을 것 같긴 하다. 리눅스를 노트북 OS로 쓴 적은 없었으니까. 그런데 생각해보면 노트북에 리눅스를 설치 안 한건 사실 불안정성 문제 때문인 게 더 컸다. 맥은 적어도 그런 문제에서는 자유로운 편이다.

그런데 생각해보면 꼭 맥북프로 살 필요는 없잖아? 맥북에어도 있고.

맥북에어 정도의 가격과 성능이면 내 돈으로도 살만하지 않나 싶다. 맥북프로 성능은 나에겐 좀 과해! 어차피 노트북으로는 게임 안 하고 코드짜고 서류 업무 볼 텐데, 게임도 안할 거 굳이 윈도우 기반으로 살 필요가 없기도 하다.

아직은 더 써 봐야 알겠지만, 쓴지 얼마 안 된 입장에서도 긍정적인 느낌을 받았다. 맥북, 좋은 물건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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