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에도 고장난 걸 자주 고치거나 뜯어보는 편이지만, 이번 건 전자기기가 아니다. 그래서 포스트 카테고리를 어디 넣을지 애매해서 고민하다가 그냥 전자기기 카테고리란에 넣어버렸다. 😅
증상
몇년간 미국, 일본 등 열번은 돌아다니면서 열번도 넘게 잘 썼던 24인치 캐리어가 고장이 났다.
어쩌다 고장이 났냐면, 캐리어에 물건을 10kg 가까이 싣고 계단을 오르는데 귀찮아서 캐리어 상단 손잡이가 아니라 길이조정 핸들바를 잡고 들고 움직이다가(...) 하중을 견디지 못해 핸들바 내부 부품이 부러졌고, 핸들바 고정 기능이 고장이 나버렸다.
캐리어로서의 기능은 가능하지만, 핸들바 고정이 안 되니 끌고 다니기가 상당히 불편하다.
수리
평소에 캐리어 모델에 관심이 없어서 뭘 쓰는지 몰랐는데, 찾아보니 샘소나이트 와키키 스피너인가 뭔가... 잘 모르겠지만 꽤 험하게 굴린거에 비해서 바퀴도 멀쩡하고 외형도 멀쩡한데 고장이 나니까 약간 아까웠다. 어찌되었거나 놀러가든 업무상으로 가든 외국 나갈일은 일년에 한두번씩은 있는 편이니 캐리어를 새로 구비는 해야겠는데, 버리기 전에 마지막으로 한번 뜯어나 보자 하는 마음으로 배를 따보기로 했다.
캐리어 뒷쪽 판에 지퍼가 달려 있다. 분해 및 수리를 염두에 두고 설계한 점이 나를 기분좋게 했다.
뒤쪽 천 지퍼를 열고 나오는 속살을 보면, 캐리어 핸들바 어셈블리를 위아래 나사가 고정하고 있다. 이 나사들을 죄다 풀어주고 핸들바를 위로 올리면 그대로 쑥 뽑힌다.
여기 있는 나사는 육각 렌치로 풀면 된다. 지름이 얼마 정도인지는 잘 모르겠다. 상당히 얇았는데... 6mm?
핸들바가 뽑혔다. 위쪽 육각 나사도 풀었기 때문에 핸들바 안 쪽 부품까지 같이 뽑혀서 핸들바 확장 부분만 이렇게 딸려 나오는 걸 확인할 수 있다.
하지만 잠깐! 여기서! 두 가지 선택지의 수리방법이 있다.
- 핸들바 어셈블리 별도 구매 후 장착
- 핸들바 자체를 직접 수리
1번의 경우는 핸들바만 따로 팔고 있어서, 구매하고 갈아끼우기만 하면 수리가 끝난다!
직구하면 더 싸게 구할수도 있긴 한데, 현재 가방이랑 부품이 호환이 될 지 확실하지도 않은데에다가 비싸기까지 하다. 저 돈이면 조금 더 보태서 캐리어를 새로 산다.
그래서, 이 글에서는 -2-의 방법으로 수리한다. 더 많이 뜯을 것이다. -1-로 하실 분은 여기에서 글을 그만 읽어도 좋다.
핸들바 안쪽 쇠기둥을 뽑고 탈탈 털어보니 뭔가 부품이 떨어져 나온다. 플라스틱 파츠는 부러진 것으로 보이니 순접으로 붙이면 될 것 같고, 무언가 보이는 쇳덩어리는 핸들바를 고정시켜주는 부품임에 틀림없다.
그리고 핸들바 안쪽을 보니 무언가 수리해야 할 것으로 보이는 부품이 있는데, 빠져나오지 않도록 리벳이 박혀 있다. 수리도 못하게 하필 리벳으로 박아놨다 😓
벤치로 열심히 주무르거나, 전용 공구를 이용하거나 하여 리벳을 빼고 저 부품을 빼내자.
저 무슨 하얀색 걸이까지 빼면 안쪽 부품이 확실하게 빠진다. 쇳덩어리는 저 부품 안에 들어가도록 딱 크기가 맞게 되어 있고, 저기에 걸리는 하중을 지지하지 못해서 아래쪽 플라스틱이 부러진 것으로 보인다.
플라스틱을 순접하고 쇳덩어리를 넣은 뒤, 스프링을 조립하면 부품을 살릴 수 있을 것이다.
스프링을 굳이 분리한 이유는 스프링과 쇳덩어리가 간섭이 일어나도록 만들어져 있어서이다. 저거 안 빼면 작업이 몹시 힘들다/불가능하다.
우선 순접으로 하우징을 원복한다. 확실히 굳을때까지 기다린다.
다 굳었으면, 안쪽에 순접이 굳으면서 좁아지기 때문에 쇳덩어리가 제대로 들어가지 않게 된다. 불필요하게 굳은 순접을 일자드라이버나 칼이나 뭐나 박박 긁어서 충분히 통로를 확보해준다. 바닥이 반드시 부드러워야 하는데, 이건 뒤쪽에서 어느 정도가 되어야 되는지 더 설명해줄 것이다.
안쪽 기름칠도 적당히 해준다. 그리스 발라주면 된다.
남은건 그대로 조립하면 됨. 리벳 뺀 건 적당히 다른 리벳이나 리벳 비슷한 무언가로 구멍 막아주면 된다.
그런데 잠깐!! 여기에서 그대로 조립하면 피를 본다. 완전히 조립하기 전에, 저 스위치를 손으로 눌렀을 때 쇳덩어리가 안으로 제대로 들어가야 한다. 여러번 눌러서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
마찰이 있거나 제대로 들어가지 않는다면 반드시 아래 사항을 점검해서 다시 고쳐야 한다.
- 하우징 안 순접을 제대로 닦아냈는가 (칼로 충분히 하우징 안 바닥을 평평하게 만들었는가)?
- 하우징 안 기름칠은 제대로 됐는가?
이것을 제대로 안 해서 다 조립하고 버튼을 눌러도 핸들바 고정이 풀리지가 않아, 다시 조립한 걸 해체하는 과정을 두번이나 반복했다.
결론: 돈 8만원 아꼈다! 아낀 돈으로 뭘 할지는 모르겠지만 좋은 데 쓰겠습니다.
24.05.03 추가 -- 여행 마지막 쯤에 캐리어 손잡이가 다시 고장났다. 15 kg 짐 담으니까 바로 박살나더라. 접착제 붙이는 건 임시방편 해결책이고, 손잡이를 아예 교체하거나 아니면 고이 보내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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