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고: 이 글은 기존 포스팅 [2] 에서 일부 이어지는 내용이 있으나, 굳이 보지 않으셔도 글을 읽는 데 큰 지장은 없습니다.
최근 전기자전거가 고장난 김에 많은 실험을 시도했는데, 결국 일련의 실험 끝에 수리를 해냈다. 다만, 그러한 내용들을 모두 한 포스트에 쓰자니 너무 내용이 중구난방이 없어질 것 같아 잘라서 써볼까 생각해 보았으나, 이마저도 여의치 않아, 결국 그냥 묶어서 한 포스트에 고봉밥으로 밀어넣기로 했다.
어찌되었든, 전기자전거 수리를 하거나 튜닝을 하려는 초보자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지 않을까 하며 글을 써내려간다.
Prelude
최근 전기자전거가 꽤 트렌드가 되고 가격 또한 양산이 되며 싸게 나오고 있어, 나도 출퇴근 및 마실용으로 G660을 싼 가격에 구매하여 거의 2년 가까이 잘 타고 다녔다. 상당히 출력도 잘 나오고 별 불만 없이 잘 탔으나, 일부 매우 심한 급경사에 한해서 500W의 출력으로도 올라가기에 역부족일 뿐더러, 내부 컨트롤러를 까본 결과 정규 500W이 아니라 최대 500W으로 설계된 점이 괘씸해서 이를 개조해 보고자 하였으나 좋은 결과를 얻지 못하였다 🥲
그렇게 그대로 쭉 잘 타다가... 갑작스럽게 프론트 라이트가 고장이 나게 된다. 일반적으로는 수리점에 가서 적절한 돈을 내고 원래 부품을 받아오기 마련이었지만, 단순히 라이트 쪽 부품은 유사 제품을 중국 샵(테무, 알리 등등 ...)에서 훨씬 싼 가격에 팔고 있는 것을 알고 있고, 그리고 이 랑케레이시 자전거는 공식 AS 샵이 없어 직접 수리를 해야 하기 때문에 많은 업체에서 수리를 하려고 들지 않거나 혹은 되려 고장내는 경우가 종종 있어서 나는 어지간한 사설 자전거 수리 업체를 믿지 않는다. 그래서 직접 고쳐보기로 했다. 1
여기부터가 문제의 시작이었다.
전조등 수리 시도 [1]
내가 사려고 했던 라이트 대체 용품은 바로 이것이었는데,
얼핏 보기에는 가격도 굉장히 싸고 LED 셀도 여러개가 박혀 있어, 케이블만 땜질해서 교체해서 설치할 줄 안다면 이 제품은 말도 안되게 합리적이라 볼 수 있다. 그러나 여기서 간과한 점은 라이트가 소모하는 전력량의 차이였다.
내 자전거에 달려 있던 기본 라이트는 아래와 같이 생긴 단일 LED 칩을 사용하는 제품이었다.
당연히 소모하는 전력량이 훨씬 적을 것이고, 그렇게 출력이 나오도록 설계해 두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 점을 너무 간과한 나머지 나는 제품 자체를 잘못된 것으로(첫번째) 사 버렸고, 자전거에 연결해 봐도 불이 켜지지 않았다. 혹시 제품이 고장난 것은 아닐까 하고 직접 파워서플라이를 통해 전류를 공급해 보았더니 9V / 2A? 정도에서 안정적으로 동작하는 것을 확인하였다.
이 즈음에서 이미 전류량을 엄청나게 퍼먹는구나 눈치채고 그만두었어야 했다. 하지만 그 당시 테스트를 위해 흰색선과 검정선을 합쳐 가조립을 할 때 스파크가 튀면서 잠깐 전조등에 불이 들어오는 것을 확인한 나는, "상시전원(Red)도 아닌데, 저거 두개 쇼트 회로 만들면 불 들어오는 거 아니야?" 라는 미친 생각을 하게 되고, 2
그거 두개를 연결하고 전원을 넣으니 무언가 바사삭 소리가 나길래 화들짝 놀라 전원을 내렸으나 이미 컨트롤러는 "E10" 오류 코드를 보여주며 장렬하게 사망한 이후였다. 아무리 시간이 지나도 그 코드는 없어지지 않았고, 무언가 단단히 고장이 난 상태인 것이 확실했다. 전기자전거는 동력을 상실했고 이제 평범한 자전거가 되었을 뿐이었다.
요약
- 전조등 연결 시 전원이 안 들어올 경우 아래 사항을 모두 확인하자: 배선 및 전압확인, 전력소모량(와트) 확인, 그리고 수동으로 전원 인가후 제품 작동 확인.
- 회로 쇼트는 무슨 일이 있어도 절대 내지 말자. 차라리 음극 양극을 반대로 연결하는 게 더 예후가 낫다.
E10 코드 원인 찾기
당장 매일마다 자전거로 통근을 하던 탓에, 동력 없이 힘들게 발굴리면서 가려니까 너무나 가슴이 답답해졌다. 전기자전거 자체가 비싸기에 순식간에 손실처리된 것도 있겠지만. 뭐, 그래도 막상 해보니 또 할만은 했다. 하지만 지금은 가을이라 탈만한 것임을 잘 알고 있었기에, 내년 무더운 여름이 오기전에 어떻게든 고쳐야 했다.
일단 앞선 쇼트로 인해서 무언가 타는 소리를 들었고, 자전거에 직접적으로 동력을 전달하는 상황이 아니었기에, 문제가 있을 법한 부품은 대략 아래 정도로 추려볼 수 있었다. 3
- 컨트롤러
- 계기판
- 메인 케이블 (아주 낮은 확률로)
그런데 몇 가지 문제가 있었는데, 보다 구체적으로 뜯어본 결과 랑케레이시 자전거 부품이 굉장히 특수한 사양의 제품을 사양한다는 것이었다.
- 컨트롤러는 이전에 확인한 대로 Julet Waterproof cable + PAS SM 3pin + bullet power 스펙이다. 보통 저 출력이면 XT나 PP 아웃렛 쓰지 않나?
- 계기판은 명백하게 S866인데, 6PIN WP 케이블이고 각인이 지워져 있다. 뭔가 커스터마이징을 했을까? 찾아보면 6pin이 있긴 한데, 호환이 될 거라고 생각했다(가장 큰 실수).
- 메인 케이블도 보통 8PIN을 사용하는데 랑케레이시는 무려 WP 10PIN을 사용한다. 이건 심지어 애프터마켓에 팔지도 않아서 공식 샵에서밖에 주문을 못 함... 😇
일단 위의 순서대로 주문을 해서 교체해보기로 하였다.
- 먼저 컨트롤러 => 공식 컨트롤러를 거금 6만원 주고 공식 샵에서 구매했으나 차도 없이 E10 발생.
- 계기판 => 알리에서 6PIN S866을 팔길래 구매했으나 똑같이 몇초 후 E10이 발생!! 여기서부터 정말 원인을 알기 어려웠기에 멘탈이 터졌다. 주문한 계기판이 문제일수도 있고, 혹은 혹여 모터 문제일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이 스멀스멀 올라오기 시작했다. 모터면 거진 전손처리 해야하니까.
- 케이블 => 별수 없이 케이블을 갈아보았다. 이것 또한 공식샵에서 1.6만원 거금 주고 사왔으나, 기대한대로 차도는 없었다.
700W 컨트롤러로 교체
어차피 이렇게 된 거, 이전에 삽질하면서 700W WP 컨트롤러를 사 놓은게 있어서 여기에다가 통째로 이식을 해보기로 결정했다.
전원 단자는 미리 bullet로 교체해 놓은 상태고, 8PIN Julet 메인 케이블을 또 별도로 주문해 두었다. 또 한 2만원 쯤 썼네... 컨트롤러 포함하면 8만원 ......
다만 문제가 8PIN Julet 케이블은 계기판 단자가 5PIN WP이기 때문에, 6PIN S866과 호환이 되지 않는다. 그래서 5PIN 단자의 한 가운데에 구멍을 뚫어서 6PIN이 들어갈 수 있도록 해서 계기판을 일단 억지로 조립해 두었다.
여튼 이렇게 간이식으로 연결하고 계기판-컨트롤러-배터리만 연결해서 전원을 넣어보았다. 만약 컨트롤러와 계기판이 통신을 한다면 E10 이외의 에러코드를 볼 수 있을 것이다.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E07오류와 함께 M 오류 아이콘이 뜨기 시작했는데, 이것은 허브 모터와 연결하면 없어질 것으로 생각되었다. 이번에는 이 조합에 허브 모터와 연결해보기로 하였다.
정말 최소한의 컴포넌트만 갖다 박아서 널부러질 수밖에 없지만 ... ㅠㅠ , 여튼 이렇게 하니 E07이 없어지고 대신 E08이 뜨는데, 이는 throttle 에러였다. 하지만 throttle을 연결해도 이 오류는 사라지지 않았다. 앞선 계기판의 경험에 비추어 볼때, 랑케레이시는 쓰로틀도 특수 핀 배열 혹은 프로토콜을 사용하는 것으로 보인다.
다만 여기에서 홀 센서의 정상 작동 여부를 확인하고 싶을 수 있는데, 방법은 간단하다. 뒷바퀴를 직접 돌렸을 때 계기판에 속도가 뜨는지와, 걷기 모드를 했을 때 뒷바퀴가 움직이는가를 확인하면 된다. 확인해본 결과 둘 다 작동한다. 따라서, 사제(KT 프로토콜) 컨트롤러+계기판 조합은 랑케레이시 모터와 호환된다는 결론을 내릴 수 있다.
쓰로틀이나 PAS야 나중에 실험 혹은 추가 부품 주문을 해서 고치면 될 일이지만, 하지만, 아직 가장 큰 치명적인 문제가 남아있었다. 그건 바로 "크기"였다.
이전에도 이야기하고 시도해 본 적이 있었는데, 이번에도 시도해 보았으나 역시 택도 없다. 700W 컨트롤러의 크기는 상당히 크기 때문에 절대로 S660S의 컨트롤러 박스가 있는 곳에 들어갈 수가 없다. 나름 치수 감안해서 작은 편인 컨트롤러를 시켜도 이 모양이다. 컨트롤러 알루미늄 박스를 깎아내야 넣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이는데, 너무 리스크를 크게 지고 싶지 않기 때문에 ...
... 눈물을 머금고 저 아래에 붙이고 하루 주행했다. 왜냐하면, 그 사이 주문했던 정품 랑케레이시 전용(자칭) 계기판이 도착했기 때문이었다. 전용 계기판을 굳이 사지 않으려고 했던 이유는 알리에서 파는 것(1만원 대)에 비해 말도 안되게 비싼 가격(5만원)이기 때문인데, 이젠 다른 선택지가 없게 되었다.
요약
- 랑케레이시 컨트롤러를 사제로 바꾸려면 컨트롤러뿐만 아니라 메인케이블, 계기판, 케이블, 쓰로틀, PAS 까지 모조리 바꿔야 함
- 홀센서만 테스트해보고 싶다면 바퀴 굴려서 속도 나오는 것을 확인해보면 된다
- 모터 구동여부를 최소한의 조립으로 확인하고 싶다면 계기판에서 걷기모드를 설정하거나, 혹은 쓰로틀만 꽃고 PAS 0에서 구동해보면 된다 (단 후자는 E08 뜨면 안된다)
- 랑케레이시 컨트롤러를 700W로 바꾸는 것은 슬프게도 공간의 문제로 인해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
정품 계기판으로 교체
이번에도 컨트롤러-계기판-배터리로 간이 테스트를 진행해 보았다. 이제는 익숙해져서 스파크가 튀어도 그렇게 놀라지 않을 정도가 되었다...
저번과 마찬가지로 E10이 뜨지 않으면 성공이다.
결과는 성공!! 허브모터와 연결이 되지 않았으니 M 아이콘이 뜨는 것 또한 정상이다.
바로 허브 모터와 연결하니 오류메시지가 사라지는 것 또한 확인하였다.
이렇게 두달간의 삽질은 막을 내리게 되었다.
요약
- 랑케레이시는 컨트롤러와 계기판 사이에 특수 프로토콜을 사용하는 것으로 보인다. 언젠가 기회가 되면 분석할 생각.
전조등 수리 시도 [2]
하지만 이렇게 끝내면 섭섭하다. 왜냐면 이 모든 문제의 근원인 전조등을 아직 고치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번에는 저번의 교훈을 양분삼아 욕심 부리지 않고 단일 LED가 들어간 전조등을 구매했다.
나사를 풀어 뚜따해주고, SM 케이블을 WP 케이블로 교체해 준 후, VCC/GND/Signal 순서 잘 맞게 땜질해준다.
결과는?
해피-엔딩!
이제 더 이상 다리에 힘줘가며 15도 경사길을 다시 오르지 않아도 된다니 너무 기쁘다! 그리고 이 작업을 통해서 스페어 부품도 많이 생겨서 다음 고장에도 대비할 수 있게 됐고, 또 전기자전거 수리하는 감각이나 방법에 대해서 좀 많이 알게 되었고, 컨트롤러 튜닝도 어느 정도 선에서 할 수 있을지 감을 잡을 수 있어 단순 수리를 넘어 많이 배울 수 있는 좋은 시간이었다. 돈 많이 쓴 것만 제외하면 ㅡ,ㅡ
더 나아가서는, 믿을 수 있는 전기자전거 샵이나, 혹은 수리 킷트가 많이 나왔으면 좋겠다. 샵이야 내 경험에 비춰봤을 때도 더 할 말이 없고, DIY 수리 키트는 찾아보면 있기는 한데 WP 케이블은 이런 게 없는 것으로 보이고, 많이 취약한 것 같다. 또, 제조사마다 제각각인 파편화된 부품들의 프로토콜/핀도 이러한 어려움에 한 몫 하는 듯 하다. 나도 이렇게 고생해가며 고쳤는데, 주변에 좋은 도움을 받을 수 없는 일반 사람들은 어떨까 싶다. 이런 환경에서 고장난 전기자전거는 그대로 버려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다. 이래저래 아쉽다.
- 실제로 당해 보았다. 심지어 단순 펑크라서 전기 계통 고장도 아니었는데 조립을 잘못 해서 바퀴 밸런스가 망가짐. 결국 직접 고쳤다. [본문으로]
- 절대 이렇게 쇼트 회로를 만들면 안된다! 음극과 양극을 반대로 연결하는 것보다 훨씬 더 위험하다. 반대로 회로 꽃는건 어지간하면 다이오드가 보호해 주기라도 하지 쇼트는 답도 없다. [본문으로]
- 더 추려보고 싶었지만 아쉽게도 그럴 방법이 없었는데, 왜냐하면 E10이 뜬 이상 계기판과 컨트롤러 사이 어딘가가 죽었다는 것 이외에는 알 수가 없기 때문이다. 컨트롤러에 직접 액정이라도 달려 있다면 확인할 수 있겠지만 그럴리 없고, 게다가 WP 케이블이라 확인할 수 있는 방법이 더더욱 제약이 됨.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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