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식 그랜저IG를 현재 출퇴근용으로 몰고 있는데, 언제부터인가 운전석 쪽에서 플라스틱이 달달거리면서 떨리는 소리가 난다. 아니, 잘 들으면 전선이 어딘가 마구 부딪히는 소리 같기도 하다.
어찌 되었던, 그 딱딱, 달달거리는 소리는 차를 타는 내내 나를 자꾸만 괴롭혔다 ... 우레탄 바닥급 노면이 아니면 계속 소리가 났고, 20km/h 정도의 저속 주행을 해도 소리가 났다. 안 그래도 차가 조용한데 그 소리는 중고역대의 튀는 소리라서 더더욱 문제였다 ...
그래서 이대로는 참을 수 없어서, 내 가장 큰 실물재산인 그랜저가 폐차되는 한이 있더라도 문제를 직접 해결해 보기로 했다.
그랜저IG 관련해서 검색을 해 보니, 몇가지 잘 알려진 고질병들을 확인할 수 있었다.
- 글라스런 소음 : 그랜저IG의 차체와 닿는 가장 바깥쪽 글라스런 고무가 차체와 닿으면서 딱딱 소리가 난다고 하더라.
창문을 좀 내리고 운행했을 때 소리가 안 나면 해당 문제가 아니라나 뭐라나. 일단 해당 건은 아니었음. 애당초 고무부딪히는 찌그덕 소리가 아니고 딱딱한 게 부딪히는 소리였어서. - 헤드라이닝 소음 : 헤드라이닝(천장)을 고정하는 부품의 유격 등으로 인해서 나는 소리가 있다고 한다. 천장에서 천장을 툭툭 쳐서 확인한다고 하더라. 애매하긴 하지만... 여기 소리는 아닌 거 같다.
- 핸들 클럭스프링 소음 : 핸들 안 스프링이 흔들리면서 나는 소리라나 뭐라나.. 핸들을 흔들어도, 귀 갖다 대도 소리가 나진 않아서 패스
- 안전벨트 소음 (B필러) : 안전벨트 안 쪽 금속 재질이 떨리면서 나는 소리라고 한다. 그쪽에서 소리가 확실히 안 나기도 하고, 어쨌든 난 안 나더라.
- 핸들 개구리 소음 (MDPS) : 이것도 일단 난 아니다 ... MDPS 부품에 윤활제를 발라주면 된다고 하던데 뭐, 난 잘 모르겠다.
고질병 중 딱히 해당되는 것도 안 보이고, 방법이 보이지 않아 공업사를 가야하나, 어디 공업사가 좋을까, 시름시름 앓고 있던 찰나, 운전석 A필러 아래를 우연히 손등으로 가볍게 툭 쳤는데... 찌르르 소리가 난다.
아, 그 소리다.
바로 다음날, A필러를 뜯었다.
A필러 뜯는건 정말 쉽다. 헤라도 필요 없다. 이 정도를 들고 갔다.
- 롱 노즈 니퍼 (필수) : A필러 뜯어야 함
- 부직포 테이프, 케이블 타이, 가위 : 전 세계 어디서나 애용되는 방음 처리 도구 세트
- PPF 테이프 : 글라스런 소음 방지용 (별도로 작업함)
A 필러 뜯는 법은 인터넷에 너무나도 많고 친절한 영상도 많으니 여기 글은 안 보는게 좋겠다.
우선 안쪽 웨더스트립 고무를 뜯었다. 손으로 조금만 당기면 숙 빠져서, 이건 내장재 뺄 때랑 다르게 겁을 먹을 필요도 없다.
그리고 A 필러를 뜯는다. 이것 또한 증말 쉽다. 화살표처럼 된 위쪽 틈새에 니퍼 같은걸 집어넣고(괜히 내장재 상할거 같으면 손으로해도댐) 바깥쪽으로 힘을 주면 뜯겨져 나간다. 2중 락킹이라서 힘 좀 준다고 부서질 이유도 없다.
근데 2중 락킹 구조라서, 지금 반만 풀렸다고 봐야 된다. 완전하게 분리하기 위해서는, 안의 고정 핀을 롱노즈 니퍼로 잡고, A 필러를 바깥쪽으로 당겨줘야 한다.
일단 인터넷에서 A 필러 생긴걸 찾아보면, A필러 고정핀이 위 아래로 위치하는 걸 볼 수 있다. 그걸 롱노즈 니퍼로 집고 빼야 된다.
처음 빼는 거면 잘 안 빠질 수 있다. 힘 조금 줘야 된다.
(참고로 이 글 아래쪽에도 해당 핀을 찍어놓은 사진이 있으니 필요시 참고 ...)
아무튼 저 위쪽 빨간색 화살표 친 부분에 롱노즈 니퍼를 쑤셔넣고, 위아래 고정핀을 니퍼로 집은 상태에서, A 필러를 바깥쪽으로 잡아당긴다. 눈으로 잘 보이지 않아 촉감만으로 작업해야 되어서 잘 안 될 수 있다. 그래도 분명히 이 정도 작업이면 어렵진 않다.
빼고 보니 아주 가관이다.
전선 고정도 안 되어 있고, 부직포 방음 처리도 안 되어 있고, 그냥 선만 쑤셔다 처박아 두셨다.
혹시 이걸 돈 받고 시공 한거라면 찾아가서 다 뱉어내라고 해야 한다.
이 상태로 7만 km을 탄 것도 대단하네... 소리가 안 날 수가 없었을 텐데.
괜히 애먼 잡소리 고질병만 찾아 다녔다.
부직포를 다 감고, 케이블 타이로 묶었다. (사진은 아직 묶기 전)
그리고 테스트 주행, 아, 드디어 소리가 안 난다. 만족스럽다.
그런데 묻혀있던 다른 잡소리가 난다. 조수석 쪽에서 찌그덕 소리가 난다. 아, 이게 글래스런 소리구나.
바로 PPF 테이프로 시공했다.
(부직포 테이프를 글래스런에다 직접 붙여서 고치는 방법도 있더라.)
잘 안 보이지만 창틀 위쪽에 테이프가 붙었다.. 너무 대충 발라서 주름도 졌다...
아 근데 이게 아닌가 보다. 소리가 크게 바뀐거 같지는 않다. 이건 유리와 맞닿는 웨더스트립 쪽에서 나는 소리인 거 같다.
이건 웨더스트립 교체하거나, 실리콘 그리스를 발라서 처리해야 할 거 같다. 근데 그렇게 거슬리지 않아서, 걍 내비두기로 했다 ...
마지막 확인으로 A필러를 툭툭 쳐봤는데, 처음보다는 훨씬 낫지만... 앗, 그래도 뭔가 거슬리는 떨림 소리가 난다.
이미 여기까지 온 이상 그냥 지나칠수가 없어서 다시 뜯었다. 이번엔 소리가 날만한 모든 딱딱한 부분에 부직포 땜질을 해놨다.
A필러 고정핀이랑 A필러쪽 플라스틱들이 아주 소리가 기가 막히게 날 것처럼 생겼다.
그리고, 마침내 그랜저는 다시 조용해졌다.
이걸로 출퇴근 스트레스가 조금 줄었다.
추가)
내가 오늘 작업했던 방음 부분이 자동차 옆 쪽 헤드라이닝과 A필러 부분인데, 이 사이트를 보면 블랙박스 배선은 앞쪽 유리부터 시작해서 뒤쪽 유리까지 간다. 즉, 부직포 처리 및 선 정리가 안된 부분이 앞쪽과 뒤쪽에 더 있을 수 있다는 뜻이다.
실제로 앞쪽 및 뒤쪽 천장을 손끝으로 톡톡 두들겨보니 여기도 거슬리는 소리가 나더라. 선 끄집어내서 마저 부직포 처리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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