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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3. 22. 00:08 - lazykuna

AKG N5005

이녀석이 무엇인고?

이어폰이다. 이어폰인데... 스펙이 어마무시하다.

  • 가격: 정가 $999.95 (약 120만원)
  • 9.2mm Driver + BA x 4 = 한쪽당 5개의 유닛

무식하게 드라이버만 갖다 왕창 박아넣는 중국제(KZ, TRN 등) 회사와는 달리, AKG면 뭐,,, 기본은 할 거라는 기대가 있으니 저 가격이 마냥 불합리한것만은 아니다.

그리고 이 이어폰의 전작이라고 볼 수 있는, DD+BA 형태의 혁신적인 구조를 도입했던 K3003의 후속작이기도 해서 충분히 기대가 되는 부분이다.

문제는 내가 굳이 100만원 돈을 들여가며 이걸 살 일이 없을 거라는 건데...

왜 하필 이거냐?

몇개월 전에 N5005 199$ 대란이 있었다 (대략 21년 12월 쯤).

나는 탑승하지는 않았지만, 그때 탑승한 사람들이 22년 2월 말이 되자 슬슬 물건을 받게 되었고, 이에 따라 갑자기 이야기가 돌기 시작했다. 심지어 유명 유튜버인 잇섭마저도 이것과 관련된 리뷰 영상을 올리게 되었다.

어... 이런 정보가 보통 풀리게 되면 거품이 끼게 된다. 이른바 “미오 헤드폰"이었던 AKG K701 사태가 재림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런 생각이 들자마자 바로 나는 당근마켓을 켜고 30만원 매물이 있길래 칼같이 퇴근후 바로 집어오겠다고 해서 무지성 거래를 했고...

그렇게 어느새 내 손에는 N5005가 들려 있었다.

그런데 직구했어도 당시 24만원 ~ 배대지 끼면 26만원이었는데, 이걸 미개봉 30에 구한거면 상당히 좋은 가격 아닌가? 싶다. 게다가 원가는 100만원인거 감안하면 전혀 기분이 나쁘지 않음.

언빡싱

크다. 어차피 쓸 건 엄지만한 이어폰 한 짝일텐데.

한껍데기

두껍데기...

정말 호화롭다.

애플식 감성인가

로우/미들/하이 필터 있는건 칭찬해~

물론 그래봐야 쓸 놈은 이게 전부다.

음질

딱히 황금귀도 아니고 노래를 워낙 아무거나 쳐들어대서 그냥 꼴리는 거 듣고 생각나는대로 썼다. 황금귀도 아니라서 DAC 같은 것도 없다. 그냥 22년식 맥북프로 3.5” 단자에 처박고 들음.

  • Remedios — Soil Of His Tears
    • 피아노 소리는 맑고, 현 튕기는 소리 다이내믹스는 좋고, 이외 잡다한 악기소리 다 들린다. 해상력 탑급 인정, 밸런스도 괜찮게 느껴진다.
  • XJapan — Kurenai
    • 초반 어쿠스틱은 맛이 좀 부족한 느낌이다.
    • 하이햇 소리 찰랑찰랑 너무 좋다~ 하이햇, 라이드(ride) 소리 좋아하는 사람이면 절대 후회 안함
    • 내가 들어본 리시버 중 스네어 소리가 탑급으로 찰지게 느껴진다
  • BABYMETAL — Road of Resistance
    • BPM 200 + DKDK 구성이라 미친 타악기 밀집도를 보여주고 있어 해상력 후달리면(잔향이 심하거나...) 악기 소리가 다 뭉개져 들린다. 역시 악기들 소리 다 잘 잡히고, 그 중 하이햇 소리가 여전히 독보적인게 인상깊다.
  • カメリア — Flamewall
    • 비록 VSTi 신디사이저긴 하지만 몹시 빠르고 정신없는 악기 구성인데 소리 놓치는 게 없다.
    • 피아노 소리 진짜 또렷하게 들린다. 오 신기해. 디스토션 기타 질감 굉장히 찰지게 느껴진다.
    • 저음/고음 밸런스가 어느 한쪽이라도 치우치면 바로 착색되는 노래인데, 밝은 느낌이다. 그런데 저음 양감이 결코 적진 않음. 그렇다고 치찰음은 딱히 느껴지진 않음. 신기하네.
  • Telephunken — WEST COAST, EAST COAST
    • 극저음이랑 하이햇 찰랑거림이 이렇게 선명하게 공존할 수 있다는 걸 처음 알음.
    • 중반부에 나오는 베이스기타 질감은 그냥 미쳤다...
  • fripSide — black bullet
    • 치찰음 업계 최고 갑 fripSide 노래를 들고 와봤다. 근데 왜 치찰음이 안나냐..? 크로스오버 네트워크에서 일부러 죽이나..? 해상력 좋은 이어폰이 치찰음지옥 없이 무난히 통과하는 경우 거의 없었는데... 놀랍네...
    • 후립사이드 노래도 은근히 저음고음 밸런스 체크하기 좋은 노래중 하나인데, 저음 고음 양감 다 잘 맞는다.
  • ヨルシカ — Rain with Cappuccino
    • 듣고 있으면 중고음역대가 조금 애매한 거 같다. 이렇게 호소력 부족한 노래가 아닌데... 기타랑 목소리가 너무 뒤로 빠져서 노래가 전체적으로 심심해지는 느낌이다.
    • 그렇다고 음이 구리냐 하면 그건 또 아님. 볼륨 올리면 그럭저럭 괜찮다. 양감 문제인가? 아니면 이건 내가 억까하는 걸수도 있음.
  • Hisaishi Joe — Summer
    • 피아노 다이나믹스가 부족 한 듯 하다가도 볼륨좀 올리면 정말 좋다. 억까하려다가 눈물흘리며 노래들었다... 흑흑... 이어폰 너무 좋네
    • 의외로 이 곡이 굉장히 이어폰이랑 매칭이 잘 된다. 공간감과 해상력이 몹시 압도적이다. 피아노 소리 굉장히 소화 잘 하는 듯.
  • Justin King — Phunkdified
    • 찰지긴 한데... 착색된 소리같다. 기타소리가 좀 어둡게 느껴지는 거 같다. 트리플 파이 느낌인가...? 역시 중음역대에 비해서 저음이 너무 센거 아닐까 싶음.

전반적인 소감은, 고음역대 미친 존재감, 킥/스네어 아주 찰져서 메탈/락 듣는 사람 쌍수들고 환영할 듯. 보컬이랑 기타쪽 중음역대 소리는 저음에 소리가 좀 착색되는 느낌...

누군가 W자 소리라고 이야기하던데, 얼추 맞는 것 같다. 악기 착색이 조금씩 있는게 어떻게 들으면 V자 소리 같은데, 그런데 또 막상 듣고 있으면 V자 특유의 그렇게 맥빠진 느낌은 아닌 거 같기도 하고.

근데 BA를 이정도까지 떡칠해놓고서 밸런스 맞추기 정말 어렵다는 점과 허접한 맥북 내장 출력을 이용한 점 감안하면, 이건 분명 물건이다. 아니 그냥 다른거 재끼고 해상력만 봐도 본래 가격이 납득이 될듯...

아, 추가로 구성품에서 mid boost로 필터 바꾸면 중역대 착색 문제는 해결되지 않을까 싶다. 기본기가 나쁜 제품이 절대 아니라서.

착용감

착용감 말이 많던데, 진지하게 이 정도면 굉장히 양호한 수준 아닌가? 아니면 내가 이상한건가... -_-;;

트파급 ㅈ같음을 각오하고 열었는데 너무 잘 맞아서 딱히 할 말이 없었다... 음색도 해상도가 높은거 치고 아주 피곤한 음색도 아니고, 오래 끼고 있어도 그렇게 안 불편한데? 아 물론 음색이 아주 편안한 음색은 아니다. 초고해상도+조미료 넣은 음색이라서... 편안한 음색 찾을거면 슈어 846이 차라리 맞을 듯. 조미료 들어간거 치곤 편안한 건 맞음.

아, 다만 이어팁을 이어폰 노즐의 너무 끝까지 밀어넣어 장착한 상태로 귀에 넣으면 밸런스가 깨진다는 이야기가 있었다. 이 부분은 참조하는 게 좋을 것 같음.

결론

안 그래도 헤드폰 쓰기 불편했는데, 집구석에 있는 Thinksound On2 걍 팔아치워야겠다.

집에서는 스피커 듣고, 밖에 들고 나갈일 있으면 이놈 들고 나가면 될 듯.

맘에 들었다!

추가

(220404 추가) 아무래도 듀서가 여러개다 보니, 소스를 탄다고 한다. 지인분이 핸드폰에 직결해서 쓰면 음이 쏘고 상당히 듣기 불편하다고 했는데, 실제로도 그런 듯. 맥북 내장 DAC 정도로는 그래도 들을 만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