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쩌다가 D모대와 인연을 맺게 되어 벌써 멘토링을 한 지가 2년이 되어간다. 처음에는 내가 잘 할 수 있을까라는 의문에서 시작했고 실제로도 스스로에게 아쉬움을 느끼며 프로젝트를 종료했지만, 마지막 학기가 되어서는 학생들도 나도 만족하며 프로젝트를 마무리 지을 수 있었다. 내년에는 개인적인 사정과 리프레시를 위해 더 이상 멘토링을 진행할 수 없게 되어 아쉽다. 그건 그거고, 배우고 느낀 점은 언제나 그랬듯 정리해 두어야겠지, 하며 글을 적어본다.
리더 역할 체험하기
멘토로서 내가 주로 한 일들을 생각해보면, 프로젝트의 시작과 끝을 담당하는 리더 역할을 맡았던 것 같다. 큰 틀에서 요구사항을 확인하고, 그것을 세부 에픽으로 쪼개고, 이를 완료하기 위한 일정을 잡고, 어떤 기술 스택이 필요한지 등 같은 것들이다. 더 나아가서는 아무것도 주어지지 않은 상황에서 오피스를 잡고, 그룹 워크스페이스를 만들고, 소통은 어떻게 할지 (e.g. 슬랙, 카카오톡 그룹챗), 일감 매니징은 어떻게 할지 (e.g. Notion, Trello, 기타등등 …) 같은 것들에 대한 기초를 닦아주어야 할지도 모른다.
큰 그림을 위주로
필요한 경우에는 세부 사항도 확인해야 했다. 제대로 세부 사항을 확인하지 않고 “응 그래, 이 정도 페이스로 계속 하자~” 식으로 두루뭉술 넘어갔더니 내가 기대했던 만큼 진행상황이 안 나오거나, 세부사항이 잘못된 방향으로 흘러가는 경우가 있었다. 적어도 내가 생각하는 세부 그림이 학생들에게 와닿는다고 생각되는 수준으로 코치를 해 주어야 했다.
하지만 그렇다고 너무 걱정하지 마라, 학생들은 생각보다 개발 부분에 대해서는 알아서 잘 했다. 예컨데 최근 학부에서도 다양한 딥러닝 솔루션들과 학습법을 직접 해보는 경우가 많아 세부 툴을 어떻게 쓰는지는 다 아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그러니 이러한 세부적인 내용에 대해서 가르쳐주는 것은 그렇게 효율적이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이러한 툴들을 언제 어떻게 써보고, 쓰기전에 어떤 작업들을 해야 하며, 이를 쓴 것을 어떻게 표현해야 하는지에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많다. 이를테면 모델을 만들기 전에 데이터 수집과 가공이 상당히 중요하다는 점과, 모델을 그대로 쓰거나 새로 만들기보다 파인튜닝이 훨씬 효율적일 수 있다는 점, 그리고 모든 결과를 열거하기보다는 중요한 요소를 그래프화하여 시각적으로 보여준다던가 하는 것들이다.
따라서 큰 그림에서 어떤 작업들을 해야 하는지, 방향성을 어떻게 잡아야 하는지를 위주로 조언해주자.그러한 조언이 다 되고나서 세부적인 내용으로 건너가도 늦지 않다.
학생들이 잘하는 것, 그리고 못하는 것

학생들은 생각보다 “스프린트”와 같은 큰 덩어리를 잡는데에 강하다. 예컨데, 프로젝트 일정을 잡아오라고 하면 그들이 세우는 계획표는 “백엔드 구현” 9월부터 10월, “프론트 구현” 10월부터 11월, “AI 모델 개발” 9월부터 11월, “최종 리포트” 11월부터 12월 이런 식으로 짜는 것이다.
하지만 그 세부 사항을 어떻게 구현할지에 대해서는 학생들 스스로가 분명치 않으며, 무엇을 해야 하는지도 모르고, 설령 한다 하더라도 그게 주어진 기간으로 충분할 것인지에 대해서도 잘 모를 것이다. 그래서, 이 부분에 대해서 매니징을 해 줄수 있을 것이다. 티켓 보드를 Notion으로 만들어서, 거기에 적절한 카테고리들을 만든 후, 해야 할 일들을 적어보라는 식으로 시작한다던가 말이다. 실제 기업에서도 이런 식으로 일한다는 것을 알고 있을 것이므로, 이를 미리 연습해봄으로서 학생들에게도 도움이 되고, 멘토 스스로도 리딩 경험을 얻을 수 있는 것이니 일석이조다.
좋은 시간 만들어 주기
별로 사장이나 리더 자리를 맡는 것에 관심은 없지만, 멘토링은 내가 리더가 되는 시간이다. 리더는 비단 엔지니어적인 능력뿐만 아니라 “분위기”를 만드는 능력도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부담스럽지 않게 와서, 일하고 싶어지게 만드는 느낌 말이다. 그리고 이것은 사회성 바닥인 내가 제일 잘 못하는 일이다.
그럼에도 잘 해보자라는 생각으로 여러 시도들을 해 봤다. 먼저 내가 받아왔던 대접들을 떠올렸고, 그리고 그걸 똑같이 배풀어주면 괜찮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했다. 간식도 준비하고 소소하지만 약소하게 음식 먹으며 파티(?)도 했다. 공유오피스를 빌리지 못했을 때는 비슷한 분위기를 내기 위해 배경 음악도 깔아보았다. 결과는 나쁘지 않았고, 내 스스로도 꽤 괜찮은 느낌을 주었다. 사람은 이렇게 대접하면 되는구나, 새삼 깨달았다. 누군가에게는 쉬운 일이지만 나에게는 도전이었다. 단체 손님과는 해볼 일이 없었거든…! 다음에도 잘 할수 있으면 좋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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