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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 4. 5. 00:00 - lazykuna

헬스 5년차 회고록

글을 다시 써도 요점이 깔끔하게 정리가 안 되는 듯 하나 그냥 내버려 두렵니다... 😇

노파심에 쓰는 주의) 후천적 측만증에 해당되는 사람이 운동으로 신체 교정이 가능합니다. 선천적이거나 사고로 인한 휴유증으로 불균형이 된 경우라면 검사를 받아보고, 수술 및 재활을 우선 해야 합니다. 그리고, 선천적인 경우는 매우 드물고 보통 그 증세가 훨씬 심합니다. (즉 우리는 아니라는 얘기)


어째서 헬스를 시작하게 되었나?

먼저, 헬스를 5년 했다고는 하지만 그닥 훌륭한 몸을 가지고 있지는 않습니다. 사실 헬스를 시작한 이유가 외형 문제가 없지 않아 있습니다. 어느날 유리에 비친 제 모습을 보니 너무 형편이 없었고, 동시에 드는 생각이 “연예인이나 배우들도 저렇게 관리를 열심히 하는데, 나도 저정도는 되어야 눈 높은 게 합리화가 되지 않을까?” 한 것도 있지만 (^^;), 자세교정 또한 주된 목적 중 하나였습니다. 하루종일 앉아서 일 하려니까 어깨가 너무 아픈데, 점점 자세가 안좋아지는지 통증이 점점 심해졌고 순환기 문제도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이대로는 안 되겠다 싶어서, 제대로 정자세로 중량 치는 것을 목표로 헬스를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자세 교정과 중량은 반비례

헬스를 처음 시작할때는 초짜치고 중량이 좀 되길래 “어? 나 사실 운동에 재능 있을지도?” 생각을 했지만, 하다 보니 뻥숫자라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각 머신과 운동은 써야 되는 근육이 의도되어 있고, 그 근육을 활용하는 법을 익히고 기르는 게 헬스의 본래 목적이라는 걸 하면 할수록 알게 되더라고요.

일례로 숄더프레스가 있는데, 이 운동은 아는 분은 아시겠지만 굽은 어깨로는 절대 해서는 안될 운동중 하나입니다. 하지만 저는 굽은 어깨로 당당하게 시작했고, 따라서 팔 뒤꿈치가 뒤로 돌아가는 기괴한 자세로 처음에는 운동을 시작했습니다. 아마 탈골되기 쉬운 그 자세일 겁니다. 실제로 예-전에 탈골 된 적도 있습니다. 나중에 정자세 교정을 받는데, 무게를 들기 이전에 생전 처음 해보는 자세에 통증이 너무 심하게 오더라고요. 아마 소흉근/전거근이랑 안쪽 이두근에 기본 유연성이 있어야 하는데, 해당 부위가 퇴화되다시피 한 상태라서 아예 자극도 안 왔습니다.

저 소흉근을 의식하고 펴주지 않으면, 힘을 줄때 자연스럽게 수축해 버려서 어깨가 좁혀진 상태로 운동해버리게 됩니다. 어깨 결림 증후근이 발생하는 원인 중 하나일 듯.

이렇게 당연하지만, 안 쓰던 근육을 쓰게 되니 중량이 확 떨어졌습니다. 열심히 2년간 재활운동 한 결과 이제는 2년 숄더프레스 10Kg(머신 기본무게 제외)을 겨우 달성하게 되었는데, 놀랍게도 운동 처음 시작한 5년전보다도 (20kg) 중량이 더 낮습니다. 물론, 운동의 효과는 비교할 수가 없습니다. 오른쪽 어깨가 틀려 올라간 척추 측만증이나, 오른팔이 뒤로 안 가는 문제, 어깨 결림이 모두 훨씬 좋아졌습니다.

본격적인 자세교정

대흉근/소흉근을 잡고 운동하고 나서야, 비로소 대원근/광배근이 느껴지기 시작했습니다. 숄더프레스나 풀업머신 하면 예전과 다른, 팔 시작점에서 등쪽으로 잇는 근육이 느껴지더라고요. 확실히 저 근육을 의식하니까 어깨가 저절로 뒤로 당겨져서 굽은 어깨에서 필연적으로 벗어나게 됩니다. 하지만 초심자가 항상 그러듯이, 항상 저 근육을 의식하는 게 참 힘들더라고요. 그럴 땐 견갑골 위치와 움직임을 의식하려고 노력을 하는 게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ㅈㅈㅈ.

광배근은 아직 잘 느껴지지 않습니다… 한참 운동하면 느껴지겠죠..?

견갑골 이외에도 팔의 내회전/외회전을 통해서 어깨 쪽에 붙은 근육들(회전근개)를 펴주는 데에도 신경을 계속 썼습니다. 덤으로 견갑근 스트레칭도 지속적으로 해 줘서 앞으로 굽은 어깨 펴 주려고 노력했고요. 이 부분에서도 오른쪽/왼쪽 불균형이 나타나서 잡는게 쉽지 않았습니다. 또 머신으로 운동하는 것 이외에도, 팔로 등긁기(팔을 뒤로 하고 내회전) 하면서 지속적으로 대흉근, 삼두근(안쪽 장두) 을 당겨주며 스트레칭 또한 했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모든 포인트들을 매 동작 할 때마다 신경쓰는 게 정말 쉽지 않은 일이었습니다. 이를테면, 인버티드로우나 숄더프레스, 심지어 벤치프레스 할 때에도 힘을 주다 보면 자꾸 대흉근이 수축하는데 이걸 의식하고 운동하는 건 정말 쉽지 않습니다. 처음에는 의식해도 자꾸 수축함...

내회전/우회전 스트레칭 하면 저 근육들이 엄청나게 자극이 옵니다. 앉아만 있으면 전혀 쓸일이 없는 근육들...

그리고 운동할 때도 그렇지만 이외에도, 실생활에서도 이를 의식하는 게 꽤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 어깨를 펴려고 노력하기 -- 정자세 뿐만 아니라, 팔을 편 상태나 팔을 위로 올린 상태에서도 어깨를 펴는 느낌이 중요합니다. 어깨가 불균형인 사람은 이 때 장두쪽에 엄청나게 자극이 오는데, 꾸준히 스트레칭 하면 좋음.
  • 평상시에도 팔을 최대한 내회전(안쪽 삼두근)으로 쓰려고 하기. 위의 어깨를 펴는 느낌이랑 같이 가져가면 자세잡기에 크게 도움이 됩니다.

여기까지 하고 나니, 이제 정말로 어깨 균형이 잡혀가는게 보입니다. 예전에는 어떻게 해도 거울을 보며 상체의 균형을 잡을 수 없었는데, 이제는 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미 골격이 휘어서 불가능 하겠거니 하고 반쯤 포기했는데, 근육으로 잡히는게 될지 긴가만가 했는데 이게 되네요! 그리고 팔 움직일 때 몸통이랑 어깨가 분리되어 움직이는 느낌이 예전보다 확실히 좋습니다.

자세를 진작 잘 잡았으면 좋았겠지만, 누가 알려주는 사람이 딱히 없었습니다... 이러한 점에서, 어렸을 때 적당한 운동 기구(특히 위 근육들을 잡아주는) 를 활용하는 게 공부하는 데 있어서 큰 도움이 되는 것 같습니다. 물론 좋은 책상과 의자도 덤으로.

자세를 전혀 못 잡겠다면 (특히 헬스장 비기너들) PT 한두달은 반드시 받아보시는 걸 추천드립니다. 아니면 헬창 형이나 친구 데리고 가도 꽤 좋은 도움을 받을 수 있습니다 ㅎㅎ. 그것도 안 된다면 (혹은 PT 강사가 영 상태가 메롱하거나…), “소흉근 길이 검사” 나 “광배근 길이 검사”와 같은 운동을 통해서 해당 근육에 대해 감각을 익혀 가는게 빠르게 재활하는데 큰 도움이 될 것 같네요. 저는 이 깨달음을 얻는 데까지 너무 오랜 시간이 걸린 게 좀 아쉽습니다...

왜 내 몸이 이렇게 되었을까…

곰곰히 생각해 봤는데, 앉아서 공부하거나 컴퓨터만 하기를 20년 넘게 해오다 보니, 오른손잡이인 제 오른팔이 항상 굽은 상태로 책상에 걸쳐져 있는 상태를 유지하게 되었습니다. 즉, 팔이 “ㄴ”자 형태로 책상에 걸쳐 있는 상태로 허리와 어깨를 구부리고 뭔가를 응시하고 있었던 거죠.

정확히 딱 오른쪽 포즈…

당연히 팔 근육이 항상 경직되어 있는 상태고, 어깨는 안으로 굽고, 동시에 오른어깨가 책상에 걸쳐져 있으니까 위로 올라가게 됩니다. 관련된 모든 근육(오른팔 안쪽 삼각근, 소흉근 등)이 다 퇴화되는 것도 우연이 아닐 겁니다.

동시에 이전에는 견갑골의 존재 자체를 생각해 본 적이 없었습니다. 짐작컨데, 아마 오른팔 쪽 견갑골은 항상 앞으로 뻗어나간 상태로 있었을 겁니다.

그 외?

  • 아무리 생각해도 “1년만에 몸만들기” 같은건 반쯤 거짓말일 겁니다. 저 정도 기본기를 다 갖춘 사람이면 가능할지도 모르겠지만, 하루종일 책상에 허리 굽히고 앉아있는 현대인중에 … 글쎄요.
  • 인바디는 딱히 변화가 없더라고요. 식이조절을 딱히 안 하긴 했는데… 그래도 분명히 외형으로 봤을땐 훨씬 나아진 것 같은데, 사람들도 몸 좋아졌다고 하는데… 신기함 🥲 오히려 몸무게는 더 늘어서 경도비만이 되었습니다…
  • 뭔가 엄청 챙겨먹진 않지만 프로틴이나 마그네슘/아연은 먹고 있습니다. 물론 안 먹어도 현대인의 영양공급상태로는 무방하겠지만은 최대한 근육통 줄이고, 조금이라도 발달을 촉진하고자 하는 조그마한 욕심입니다.
  •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특정 근육을 발달시키는 건 머신이 맨몸보다 더 좋은 것 같습니다. 물론 맨몸도 충분히 가능하지만, 머신은 “강제”하니까 초보자들한텐 감 잡기에 더 좋은듯.
  • 실생활에서 팔 움직임이 편해진 게 굉장히 많습니다. 안쪽 이두근을 쓸 수 있게 되어 팔을 제대로 펼 수 있게 되어서 드럼 칠때 삑사리가 덜 난다거나, 어깨가 결리고 안으로 굽으려 할때 내흉근을 인지하고 가슴을 펼 수 있다던가… 정말 별 거 아닌데 이전에는 이걸 할 수가 없었네요.

 

  • 추가) 전거근 활성화에 있어서 스트레칭도 중요합니다. 참고: https://www.youtube.com/watch?v=RUTQNo-d_bE
  • 추가2) 한쪽 팔을 괴면 다른쪽 팔은 익상견갑이 오는 느낌입니다. 따라서 마찬가지로 반대 팔도 신경써주면서 운동해야 할 필요가 있을 듯.

 

자꾸 노파심에 글을 계속 쓰게 되지만, 신체 교정을 위해서 하는 헬스는 단순 근육 양을 늘리는 것 뿐만 아니라 근육 길이를 늘리는 것 또한 중요합니다. 그래서 스트레칭이 필요한 거고, 어떤 근육을 써야 하는지도 알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단순히 중량만 쳐서는 교정에 진전이 없는 것 또한 그 이유입니다.